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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뇌사사건' 檢은 부실수사, 法은 형식적 판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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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3-02 15:45 조회696회 좋아요3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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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뇌사사건' 檢은 부실수사, 法은 형식적 판결만

담당 검사는 벌금 500만원 약식기소 후 해외연수
담당 판사는 검찰 기소 그대로 '거수기' 판결


 
아이가 사망했는데 고작 벌금 500만원이 선고돼 논란이 일었던 '어린이집 뇌사사건'(1월 29일 보도, 업무상과실로 영아 숨지게 한 어린이집 교사 벌금 500만원)에 대한 처벌이 경미했던 이유가 담당검사와 담당판사의 부주의한 일처리 때문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생후 11개월된 A군은 2014년 11월12일 서울 관악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엎드려 눕혀진 상태로 머리 끝까지 이불에 감싼 채 재워진 뒤 심정지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진 A군은 한달 후쯤인 12월17일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기증을 한 뒤 사망했다. 

하지만 담당 검사와 판사 모두 해당사건을 경미하다고 판단해 약식절차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검찰은 제출된 증거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사건을 처리했고, 법원은 잘못된 검찰수사를 바탕으로 사건을 가볍게 처리했다.

◇ 해외연수에 정신 팔렸나…검사, 뇌사사건을 약식기소

이번 사건의 담당검사는 어린이집 교사 김모씨에게 벌금 500만원 약식기소 처분을 하고 해외로 나가 연수중이다.

일반적으로 '약식기소 처분'은 검사가 사안의 중대성을 판단해 징역형이나 금고형보다는 벌금형이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한다.

다수의 법조계 인사들은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에 대해 약식기소 처분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검찰의 약식기소 처분이 법원에 접수된 날은 2015년 12월 9일. A군 사건의 담당검사는 그 며칠 뒤인 같은 달 중순쯤 해외로 연수를 떠났다.

이 때문에 A군 사건의 담당검사가 해외연수를 앞두고 급하게 일을 정리하느라 사건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처리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사건 발생 1년여가 지난 작년 말까지도 피해아동 부모는 사건이 어떻게 처리돼 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A군 부모는 담당검사와의 전화연결조차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검찰 대표번호로 전화해 간신히 들은 대답은 "담당검사가 해외연수를 갔다"는 것뿐이었다.
   
◇ 아동학대 정황 있는데도… 제출증거 확인했는지조차 알 수 없어

CCTV 화면을 살펴보면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를 움직이지 못하게 이불로 꽁꽁 싸매고 이불을 깔고 앉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적 의학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봐도 A군 뇌사와 관련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A군 뇌사사건을 단순 사고로 보고 처리하던 경찰도 CCTV 화면을 확인한 후 김씨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재수사했다. 경찰은 김씨의 문제행동들을 기록하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CCTV 영상도 증거물로 검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이 작성한 사건 기록에는 김씨의 행동과 A군의 뇌사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중요기록들이 빠져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1이 당시 CCTV 영상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김씨가 A군의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고 이불에서 빠져 나오려는 A군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16분가량 이불을 깔고 앉아 있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건 담당검사는 김씨가 A군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이불을 깔고 앉은 행위를 다시 범죄사실에서 빼버렸다.

이 때문에 마치 '김씨가 A군을 재우고 A군이 잠든 37분 동안 A군을 지속적으로 관찰하지 않은 것'이 김씨의 '업무상 과실'인 것처럼 기록됐다.

담당검사가 경찰수사 기록에도 담겨있고 증거까지 제출된 김씨의 행위를 범죄사실에서 굳이 다시 뺀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수사과정에서 김씨는 자신이 A군의 담임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관계자는 "담임이 아니면 엄격한 주의의무를 요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 과실이 적은 것으로 보여 벌금을 부과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A군 부모에 따르면 담당검사는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고 A군 부모를 불러 김씨가 담임인지 여부만을 확인했다. 김씨가 A군의 담임이었다는 사실은 수사가 아닌 취재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A군의 어린이집 수첩 등에 김씨가 A군을 전담해 보육했던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담당검사의 벌금 500만원 약식기소 처분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도 어긋난다.

박진 법무법인 세음 변호사는 "아이가 사망했는데도 500만원의 벌금을 구하는 약식으로 처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양형기준상으로도 업무상 과실치사죄는 기본적으로 금고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면서 “양형기준에 비춰봐도 500만원의 약식기소는 심히 부당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 '거수기' 법원 … 검찰 약식기소대로 선고가 '통상절차'?

어린이집 교사에게 이례적으로 가벼운 처벌이 내려지게 된 데에는 검찰의 부실한 수사뿐 아니라 법원의 형식적 일처리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검찰의 약식기소를 그대로 받아들여 김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형사소송법 450조는 "검찰이 약식명령을 청구했더라도 약식명령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한 때에는 공판절차에 의해 심판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이 이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담당판사는 아이가 뇌사에 빠졌다가 사망한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검찰의 약식기소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약식기소의 경우) 검찰이 형량을 정해오면 법원은 통상적으로 검찰의 형량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유·무죄 판단권한을 가진 판사가 사건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는 관련 기록을 검토하고 내린 명령인지 재차 확인하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CCTV 화면 등 관련 기록을 검토했지만 벌금 500만원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말을 바꿨다.

형사소송법 457조의2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불이익 변경의 금지'를 정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 때문에 김씨가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김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영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약식명령이 확정 된 상태이기 때문에 검찰이 사안을 바로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약식명령)이 확정이 안됐으면 업무상 과실치사가 아닌 아동학대치사 등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었겠지만 확정 된 후에는 검찰이 사안을 바로잡으려 해도 동일한 사건을 두 번 다루는 모양새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윤진희 기자(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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