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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의증인 대법원 판결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18-12-19 10:51 조회 : 2,240회 좋아요 : 3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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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병역법위반〕



[1]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의 법적 성격(=구성요건해당성 조각사유) 및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한정 적극) / 양심적 병역거부를 위 조항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가 대체복무제의 존부와 논리필연적인 관계에 있는지 여부(소극) /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진정한 양심’의 의미와 증명 방법 및 정당한 사유의 부존재에 대한 증명책임 소재(=검사)

[2]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피고인이 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병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입영하지 않고 병역을 거부하여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의 입영거부 행위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으로서 구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데도,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이 위 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심리하지 아니한 채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1] [다수의견]

①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국방의 의무를 실현하기 위하여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함으로써 입영기피를 억제하고 병력구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정이다. 위 조항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벌할 수 없는데, 여기에서 정당한 사유는 구성요건해당성을 조각하는 사유이다. 이는 형법상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행위나 책임조각사유인 기대불가능성과는 구별된다.
    정당한 사유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관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불확정개념으로서, 실정법의 엄격한 적용으로 생길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막고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위 조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병역법의 목적과 기능, 병역의무의 이행이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서 가지는 위치, 사회적 현실과 시대적 상황의 변화 등은 물론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병역의무의 부과와 구체적 병역처분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은 사정이라 하더라도, 입영하지 않은 병역의무자가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이 그로 하여금 병역의 이행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그 사정이 단순히 일시적이지 않다거나 다른 이들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②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양심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고 병역의무의 이행이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결국 양심을 포기할 수 없고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불이행에 따르는 어떠한 제재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 거부 행위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실제 재판에서는 대부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병역법 시행령 제136조 제1항 제2호 (가)목에서 정한 전시근로역 편입 대상에 해당하는 1년 6개월 이상 징역형의 실형을 일률적으로 선고하고 있다. 부자(父子) 또는 형제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는 상황도 적지 않게 발생하였다. 이러한 형사처벌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우리 사회에서 매년 평균 약 600명 내외로 발생하고 있다.
    헌법상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 그리고 국민에게 부여된 국방의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가의 존립이 없으면 기본권 보장의 토대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국방의 의무가 구체화된 병역의무는 성실하게 이행하여야 하고 병무행정 역시 공정하고 엄정하게 집행하여야 한다. 헌법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해서 위와 같은 가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허용 여부는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 규범과 헌법 제39조 국방의 의무 규범 사이의 충돌⋅조정 문제가 된다.
    국방의 의무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부담한다(헌법 제39조 제1항). 즉 국방의 의무의 구체적인 이행방법과 내용은 법률로 정할 사항이다. 그에 따라 병역법에서 병역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고,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입영의무의 불이행을 처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당한 사유’라는 문언을 두어 입법자가 미처 구체적으로 열거하기 어려운 충돌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규범의 충돌⋅조정 문제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라는 문언의 해석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한다. 이는 충돌이 일어나는 직접적인 국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병역법이 취하고 있는 태도에도 합치하는 해석방법이다.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러한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에 해당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단지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는 법률에서 병역의무를 정하고 그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정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이행을 거부할 뿐이다.
    헌법은 기본권 보장의 체계로서 기본권이 최대한 실현되도록 해석⋅운용되어야 한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는 도덕적⋅정신적⋅지적 존재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다.
    위에서 본 양심적 병역거부의 현황과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국방력, 국민의 높은 안보의식 등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고 하여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그 불이행을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
    자유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지만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전제로 할 때에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존재를 국가가 언제까지나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일방적인 형사처벌만으로 규범의 충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오랜 세월을 거쳐 오면서 확인되었다. 그 신념에 선뜻 동의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제 이들을 관용하고 포용할 수는 있어야 한다.
    요컨대, 자신의 내면에 형성된 양심을 이유로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③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는 대체복무제의 존부와 논리필연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였을 때 제기될 수 있는 병역의무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즉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현재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거나 향후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에게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④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심리하여 판단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여야 한다. 신념이 깊다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잡은 것으로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은 그것이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반드시 고정불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신념은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신념이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설령 병역거부자가 깊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신념과 관련한 문제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러한 신념은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구체적인 병역법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위와 같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예컨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에 대해서는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그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만일 피고인이 개종을 한 것이라면 그 경위와 이유,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요소가 될 것이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과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으로 복역하는 사례가 반복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적극적인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판단 과정에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통하여 형성되고, 또한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람의 실제 삶으로 표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마치 특정되지 않은 기간과 공간에서 구체화되지 않은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과 유사하다. 위와 같은 불명확한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반면 그 존재를 주장⋅증명하는 것이 좀 더 쉬우므로, 이러한 사정은 검사가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은 자신의 병역거부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이때 병역거부자가 제시해야 할 소명자료는 적어도 검사가 그에 기초하여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성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관 이동원의 별개의견] 우리나라의 병력 규모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의 수, 그들에 대한 병력자원으로의 현실적 활용 가능성,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 및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의 형평성 확보 등을 통한 병역기피 방지대책 마련의 곤란 정도, 정보전⋅과학전의 양상을 띠는 현대전의 특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현재의 안보상황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대체복무를 허용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국방력의 약화로 이어져 국가의 안전보장이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헌법재판소는 최근 병역의 종류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고 국회에 2019. 12. 31.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였으므로, 조만간 대체복무제 도입이 입법화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게 종래와 마찬가지로 현역 입영을 강제함으로써 그들에게 종교적 신념상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있어 최소침해의 원칙에 어긋난다. 따라서 진정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대체복무의 허용은 국가의 안전보장에 우려가 없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대체복무를 허용함으로써 향후 국가안전보장에 지장이 생기게 된다면 다시 그들을 현역병입영대상자 등으로 하는 병역처분을 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① 다수의견이 변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종전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된 법리야말로 우리의 총체적 규범체계와 시대적⋅사회적 맥락에서 여전히 타당성이 인정되므로 그대로 적용⋅유지되어야 한다.
    즉 대법원은, 구 병역법(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반대의견에서는 ‘병역법’이라 한다) 제88조 제1항 제1호(이하 반대의견에서는 ‘처벌규정’이라 한다)는 추상적으로 존재하던 병역의무가 병무청장 등의 결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후 병역의무자가 그 내용이 담긴 현역병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부작위를 처벌함으로써 입영기피를 억제하여 국가안보의 인적 기초인 병력구성을 강제하기 위해 입법된 법률조항이라고 보았다. 그에 따라 ‘정당한 사유’는 병무청장 등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질병 등 병역의무 불이행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에 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대법원은, 구체적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사람이 그 거부 사유로 내세운 권리가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처벌규정의 입법목적을 능가하는 우월한 헌법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면서도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가 상대적 자유로서,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법익인 병역의무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이를 전제로, 병역의무에 관한 헌법적 법익을 위해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정당한 제한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처벌규정을 적용하더라도 양심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으며, 양심의 자유에 반한다는 사유로 현역병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②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남성인 병역의무자가 병역을 연기하거나 감면받기 위한 일체의 특례 사유는 병역법에 그 내용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는 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병역법의 입법 목적과 병역제도의 기본 취지는 입영이라는 구체적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를 해석할 때에도 당연히 관철되어야 한다.
    병역의무자가 입영 전에 복무대상에서 당연히 제외되거나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특례 사유(이하 ‘병역면제 등 사유’라고만 한다)는 전투 및 훈련 임무의 수행, 합숙내무생활 등 병역의무 이행 과정이 육체적⋅정신적 제약과 희생을 수반한다는 사실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므로 설령 병역의무의 이행을 감당할 능력과 관련된 사유가 위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보더라도, 이는 병역법이 규정하고 있는 병역면제 등 사유, 즉 심신장애, 형사처벌, 북한이주민 등의 사유에 준하는 정도의 것으로서, 병역의무의 이행능력과 관련된 객관적⋅가치중립적인 사정으로 제한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렇게 보는 것이 병역법 제3조가 병역에 관한 특례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한다.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이 병역에 관한 개인적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을 포함한 주관적 사정은 그 신념의 정도나 지속성 여부를 불문하고 이에 포함될 수 없다. 병역법의 입법 목적과 병역부담평등의 원칙, 국민개병제 및 징병제의 병역제도를 근간으로 병역에 관한 특례 및 병역의무 감당능력을 규정한 병역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병역에 관하여는 납세 등 다른 헌법상 의무와 비교하더라도 의무면제사유로서 감당 여부 또는 과도한 부담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병역법상 ‘입영’이란 병역의무자가 징집에 의해 군부대에 들어가는 것을(제2조 제1항 제3호), ‘징집’이란 국가가 병역의무자에게 현역에 복무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같은 항 제1호) 말한다. 병역법은 입영에 관한 통지를 받거나 받게 될 병역의무자가 질병⋅심신장애⋅재난 등의 사유로 입영기일에 입영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기일을 연기할 수 있게 하는 ‘입영연기’ 제도를 두고 있는데(제61조 제1항), 입영연기 제도에 따른 연기기간은 2년으로 제한된다[구 병역법 시행령(2013. 12. 4. 대통령령 제248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반대의견에서는 ‘병역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129조 제2항]. 또한 처벌규정에 의할 때 병역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지정된 입영기일에 입영해야 하지만, 지정된 기일이 지난 경우라도 ‘천재지변, 교통 두절, 통지서 송달의 지연,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경우에는 그때부터 3일 이내에만 입영하면 되는 ‘지연입영’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병역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 이 같은 병역법과 그 시행령상의 입영 및 징집의 의미, 입영연기 및 지연입영 제도의 취지와 사유 등을 종합해 보면, 현역병입영과 관련하여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란 입영통지에 기해 지정된 기일과 장소에 집결할 의무를 부과받았음에도 즉시 이에 응하지 못한 것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서, 병역법에서 입영을 일시적으로 연기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요건으로 인정된 사유, 즉 질병, 재난 등과 같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려운 사유로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국방의 의무란 외부 적대세력의 직⋅간접적인 침략행위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하여 국민에게 부과된 의무를 말한다. 헌법은 국방의 의무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 모두에게 국가공동체의 안전과 평화를 확보하는 데에 필요한 부담을 나누어 질 것을, 즉 국민개병제 및 병역부담평등의 원칙에 기반한 국가안보와 국토방위에 관한 책임을 당위로서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안보 현실 등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요구는 다른 어느 사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도 절대적인 사회적 요구이다.
   
헌법상 국방의 의무 규정에 기해 입법된 병역법에서 정한 내용과 절차에 따라 병역의무가 부과되고, 그 의무이행에 있어 집총훈련 등이 요구됨에도 스스로의 결정을 통해 형성한 내면의 종교적 양심 등에 반한다는 이유로 그 의무이행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 행위가 ‘양심유지’ 또는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나아가 병역법상 병역의무 부담의 공평성과 이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으로서 병역거부자에 대해 처벌규정에 기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더라도, 단지 그러한 사정만으로 국가가 개인의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고 양심에 반하는 의무이행을 강제함으로써 인격적 존재가치의 파멸을 초래하거나 양심을 유지하기 위해 형사처벌을 감수하는 선택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결과가 되고, 이로써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나 위협이 된다고 볼 수도 없다.
   

③ 양심적 병역거부에 있어 보호대상이 되어야 할 ‘진정한 양심’은 병역의무의 이행이 강제되는 상황에 직면함으로써 외부로 표출되기 이전에 내심의 영역에서 형성⋅결정되어 있던 절대적 자유의 대상으로서의 양심이 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의미의 ‘진정한 양심’은 논리적으로 그 주체의 주관적인 관점에서만 판단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양심’은 객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험칙상 본인조차도 이를 객관적인 증거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제3자로 하여금 그 존재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다수의견의 결론을 따라 병역거부에 관한 ‘진정한 양심’을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사유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내심의 영역에만 머물던 것으로서 그 존부에 대해 객관적인 재현이나 증명은 물론, 그 주장에 대해 과학적⋅합리적인 반증이나 탄핵을 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하다. 이로 인하여 형사사법절차가 예정하는 논리칙, 경험칙에 입각하고 합리성에 기초한 객관적인 증명의 대상으로는 적절치 않은 것이다.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의 존부에 대한 심사기준 및 판정 방법 내지 절차에 내재한 문제점을 종합해 본다면, 그 심사기준 및 방법이란 어떠한 경우에도 형사소송법이 지향하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부합한다고 평가될 정도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진정한 양심’을 확인하기에 충분하고도 완전한 기준이 되기는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그 심사기준 및 방법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규범적⋅제도적 수용 여부 및 정도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인식과 반응,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직⋅간접적인 병력형성의무의 면제로 인해 초래될 병력자원의 부족 및 대체 가능성, 국군의 사기 및 국가안보와 국토방위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에 대한 정책적 고려까지도 모두 감안된 타협적이고 의제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특수한 심사기준이나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을 심사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사명으로 하는 법관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임무이다.
   

④ 병역의무와의 등가성이 확보된 대체복무의 세부 내용 및 그 의무이행의 절차를 정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까다로운 일이다. 이를 정함에 있어서는 병역의무와 대체복무 각각의 부담에 관한 국회 차원에서의 일반적⋅추상적인 수준에서의 비교형량을 통한 판단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적 여론 수렴의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조정하는 동시에 현실적이고 공정한 내용이 될 수 있도록 상당한 기간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충분한 논의와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대체복무제가 시행된다면 사회통합을 해하고 또 다른 갈등과 대립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단순히 관용과 포용의 정도가 성숙하였다는 전제에서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아직 대략적인 윤곽만 확인되고 그마저도 여러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보이는 대체복무제 입법안의 논의 내용과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다수의견의 논리대로 대체복무제의 도입 여부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 여부는 별개라는 인식 아래 대체복무제 도입에 선행하여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유가 포섭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⑤ 처벌규정의 ‘정당한 사유’의 의미에 관한 대법원의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확인된 법리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옳다. 기존 법리는 반대의견이 취한 위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적 논증과 완전히 합치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로 현재까지 기존 법리에 따른 위 ‘정당한 사유’의 포섭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경을 하여야 할 만한 명백한 규범적⋅현실적 변화도 없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법리를 변경하는 다수의견의 견해는, 법적 안정성이라는 중대한 사법적 가치를 손상하고, 자칫 병역의무 이행상의 과도한 특혜를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병역법의 입법 목적을 근본적으로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병역의무 부담의 형평성에 대한 규범적 요청 및 국민의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으로 인식되어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또한 사법권의 한계를 벗어나 입법정책의 영역에서 사실상 입법자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오해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설령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일부 병역의무자들에 대한 병역법의 예외 없는 적용에 다소간의 불합리하거나 가혹한 면이 있더라도, 이는 국회의 입법 절차를 통해 시정해 나갈 일이지, 법원이 병역법의 규정을 그 목적이나 기능에 어긋나게 해석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이러한 결론은 법관의 법률해석과 사법권 행사에서 당연하게 지켜야 할 기본 원칙과 책무에 따른 것이다.




[2]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피고인이 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병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입영하지 않고 병역을 거부하여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만 13세 때 침례를 받고 그 신앙에 따라 생활하면서 약 10년 전에 최초 입영통지를 받은 이래 현재까지 신앙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고 있고, 과거 피고인의 아버지는 물론 최근 피고인의 동생도 같은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여 병역법 위반으로 수감되었으며, 피고인이 부양해야 할 배우자, 어린 딸과 갓 태어난 아들이 있는 상태에서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거부 의사를 유지하고 있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입영거부 행위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으로서 구 병역법(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데도,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이 위 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심리하지 아니한 채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양심적 병역거부와 위 조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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