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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위반·정치자금법위반 - 대법원 2009. 10. 22. 선고 2009도7436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1]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및 그 법적 효과
[2] 정당의 후보자 추천 관련 금품수수 범행의 공소사실에 범죄사실 이전 단계의 정황과 경위, 범행을 전후하여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을 장황하게 기재한 사안에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3]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무상 또는 현저히 낮은 이율로 금전을 대여받은 경우, 위법한 정치자금을 제공받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 때 몰수 또는 추징의 대상이 되는 재산상 이익
【판결요지】
[1] [다수의견] 형사소송 법령의 내용과 그 개정 경위, 공소장일본주의의 기본취지,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이 당사자주의와 공판중심주의 원칙 및 직접심리주의와 증거재판주의 원칙 등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 등을 아울러 살펴보면, 공소장일본주의는 위와 같은 형사소송절차의 원칙을 공소제기의 단계에서부터 실현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우리나라 형사소송구조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공소장일본주의는 공소사실 특정의 필요성이라는 또 다른 요청에 의하여 필연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양자의 취지와 정신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선에서 공소사실 기재 또는 표현의 허용범위와 한계가 설정되어야 한다는 점, 공판준비절차는 공판중심주의와 집중심리의 원칙을 실현하려는 데 그 주된 목적이 있으므로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포함한 공소제기 절차상의 하자는 이 단계에서 점검함으로써 위법한 공소제기에 기초한 소송절차가 계속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 형사소송법상 인정되는 공소장변경제도는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직권주의적 요소로서 형사소송법이 절차법으로서 가지는 소송절차의 발전적·동적 성격과 소송경제의 이념 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공소장일본주의의 적용은 공소제기 이후 공판절차가 진행된 단계에서는 필연적으로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 여부는 공소사실로 기재된 범죄의 유형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에 공소장에 첨부 또는 인용된 서류 기타 물건의 내용, 그리고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이외에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법관 또는 배심원에게 예단을 생기게 하여 법관 또는 배심원이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당해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 공소제기라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공소장 기재의 방식에 관하여 피고인측으로부터 아무런 이의가 제기되지 아니하였고 법원 역시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대로 공판절차를 진행한 결과 증거조사절차가 마무리되어 법관의 심증형성이 이루어진 단계에서는 소송절차의 동적 안정성 및 소송경제의 이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제는 더 이상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주장하여 이미 진행된 소송절차의 효력을 다툴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관 이홍훈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을 따르면 공소장일본주의 위배의 정도가 중대하여 법관이나 배심원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심증형성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정도에 이른 경우라도,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초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1심 증거조사절차를 마치게 되면 그 구제방법을 박탈함으로써 공소장일본주의의 취지를 상당부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한편, 뒤에 나오는 반대의견을 따르면 공소장일본주의라는 원칙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우리 형사소송절차가 추구하는 다른 원칙이나 가치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부적절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무죄추정의 권리를 향유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법관이 가질 수 있는 유죄의 예단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실체적 진실발견과 적절한 형벌권의 행사를 함께 도모하기 위하여는, 공소장일본주의 위배의 효과를 모든 사안에 있어서 일률적으로 확정할 수는 없고, 그 위배의 정도가 중대하여 법관이나 배심원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심증형성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정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절차의 진행 정도에 관계없이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합당하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공소장일본주의 위배의 내용과 태양 및 정도, 위배 경위와 회피가능성, 공소제기의 주체인 검사의 인식과 의도, 피고인과 변호인의 방어권 행사에 미친 영향, 사건의 경중과 특성, 공판절차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공소장일본주의는 재판제도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원칙으로서 그 원칙에 위배된 재판은 이미 생명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한편, 우리 형사소송법이 당사자주의의 기본구조에 직권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것도 실체적 진실발견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므로 직권주의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는 점이 공소장일본주의가 추구하고자 하는 재판의 공정과 상충되는 요인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공소장일본주의에 일정한 한계를 두어야 하는 근거로 될 수 없다. 즉, 공소장일본주의가 추구하는 재판의 공정이라는 가치가 실체적 진실발견보다는 더 우선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므로 재판의 공정과 관련된 공소장일본주의의 기능 발휘를 위해서는 실체적 진실발견의 요청은 일부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재판의 공정은 재판을 시작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보장되어야 하는 중요한 원칙이므로, 재판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공소장일본주의는 공판절차가 어느 단계에 가 있든 항상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공소장일본주의가 추구하는 재판의 공정 이념은 우선적 가치를 가진 근본이념으로서, 재판의 신속·경제를 위해 재판의 공정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 이러한 공소장일본주의의 의미와 기능을 생각해 볼 때에, 법관이 예단을 가진 채로 불공정한 공판절차를 진행하게 된다는 심각하고도 치유될 수 없는 흠을 초래하게 되는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은 그 자체로 이미 중대한 위법상태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 위반의 정도나 경중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위법한 공소제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결론적으로 공소장일본주의의 취지와 의미를 고려한다면 그 위반의 효과에 대하여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하는 것은 소송절차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공정한 재판의 원칙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는 것이고, 이를 위반한 공소제기는 법률의 규정에 위배된 것으로 치유될 수 없는 것이므로 시기 및 위반의 정도와 무관하게 항상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2] 정당의 후보자 추천 관련 금품수수 범행의 공소사실에 범죄사실 이전 단계의 정황과 경위, 범행을 전후하여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대화와 이메일 내용, 수첩의 메모 내용, 세세한 주변사실 등을 장황하게 기재한 사안에서, 위 범죄의 성격상 검사로서는 그 범의나 공모관계, 범행의 동기나 경위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사정을 적시할 필요도 있는 점, 이와 관련하여 제1심 공판절차에서 피고인측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판절차가 진행되어 위 공소사실에 인용된 증거들을 포함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대한 증거조사가 모두 마쳐진 점 등을 종합하여,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3]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와 정치자금법 제1조, 제2조 제1항, 제3조 제2호, 제32조 제1호, 제45조 제2항 제5호, 제45조 제3항의 규정들을 종합해 보면, 정치자금의 제공이 후보자 추천의 대가 또는 사례에 해당하거나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그 후보자 추천에 있어서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이는 정치자금법이 금지하는 기부제한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금전을 무상으로 대여받는 행위는 정치자금법이 금지하는 정치자금을 제공받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경우 그 차용금 자체를 기부받은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통상적으로 유상대여가 이루어졌을 경우와 비교하여 그 이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기부받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이러한 법리는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금전을 통상적인 경우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이율로 대여받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므로 이때에는 금융기관의 대출금리 또는 법정이율 등과 실제 이율과의 차이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기부받은 것으로 보아야 하고 몰수·추징의 대상도 이에 한정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1항, 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 [2]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1항, 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 공직선거법 제47조의2 제1항, 제230조 제6항 [3] 정치자금법 제1조, 제2조 제1항, 제3조 제2호, 제32조 제1호, 제45조 제2항 제5호, 제45조 제3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도3145 판결(공1994상, 1233)
대법원 1999. 5. 14. 선고 99도202 판결(공1999상, 1215)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도748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813 판결(공2009상, 428)
[3] 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6도7241 판결(공2007상, 652)
【전 문】
【피 고 인】 문국현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9. 7. 23. 선고 2008노335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장일본주의 위배의 점에 대하여
가. 공소장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나만을 제출하여야 하고 그밖에 사건에 관하여 법원에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원칙이다( 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 공소장에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이외의 사실로서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사유를 나열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른바 ‘기타 사실의 기재 금지’로서 공소장일본주의의 내용에 포함된다( 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도3145 판결 참조).
종래 우리나라의 형사재판 실무는 검사가 제1회 공판기일 이전에 수사기록 일체를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리하여 법원에 따라서는 제1회 공판기일에 들어가기 이전에 검사로부터 제출받은 수사기록을 살펴보고 사안을 미리 파악하기도 하는 등 실무상 혼란이 없지 않았고, 이에 대해서는 예단배제를 위한 공소장일본주의의 취지에 반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러한 실무관행은 2006. 4. 1. 개정된 대법원 재판예규에 의하여 전국적으로 증거분리제출제도가 시행됨으로써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검사는 피고인이 자백하든 부인하든 제1회 공판기일 이후 증거조사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증거서류를 법정에서 제출하게 된 것이다. 또한, 2007. 6. 1. 법률 제8495호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국민참여재판제도가 도입되어 직업법관이 아닌 배심원이 국민참여재판을 하는 사건에 관하여 사실의 인정, 법령의 적용 및 형의 양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권한을 가지게 됨으로써 공판절차에서 법관이나 배심원이 공평한 제3자의 입장에서 심리에 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생겼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공판절차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재판장은 증거조사를 하기에 앞서 검사 및 변호인으로 하여금 공소사실 등의 증명과 관련된 주장 및 입증계획 등을 진술하게 할 수 있으나, 다만 증거로 할 수 없거나 증거로 신청할 의사가 없는 자료에 기초하여 법원에 사건에 대한 예단 또는 편견을 발생하게 할 염려가 있는 사항은 진술할 수 없도록 하였고( 법 제287조 제2항), 공판절차의 순서를 바꾸어 증거조사를 피고인신문에 앞서서 실시하도록 규정하는( 법 제290조, 제296조의2) 등 당사자주의 소송구조를 강화하였다.
위와 같은 형사소송 법령의 내용과 그 개정 경위에 더하여,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헌법 제27조 제4항의 규정상 형사피고인에 대하여 법관이 가질 수 있는 유죄의 예단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공소장일본주의의 기본취지,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피고사건에 대한 실체심리가 공개된 법정에서 검사와 피고인 양 당사자의 공격·방어활동에 의하여 행해질 것을 요구하는 당사자주의와 공판중심주의 원칙 및 공소사실의 인정은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기초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직접심리주의와 증거재판주의 원칙 등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 등을 아울러 살펴보면, 공소장일본주의는 위와 같은 형사소송절차의 원칙을 공소제기의 단계에서부터 실현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우리나라 형사소송구조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소장일본주의에 관한 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은 바로 이러한 법리를 명문화한 것인 이상, 법원은 물론 소추기관인 검사 역시 형사재판의 운용에 있어서 그 취지가 충분하게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우리나라의 형사소송구조상 공소장일본주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형사소송법은 과연 어떤 경우에 검사의 공소제기가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었다고 볼 것인지 그리고 그 법적 효과가 무엇인지, 특히 어떤 경우에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가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정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인지 등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형사소송법은 국가형벌권의 구체적 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법적 절차를 규율하는 법률로서 법공동체가 추구하는 이상과 좌절의 역사적 체험을 담은 그 시대 사회적·문화적 상황의 산물이므로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상충되는 법원칙이 혼재하여 있게 마련이다. 공소장일본주의 역시 우리나라 형사절차에 있어서 당사자주의적 요소를 반영하는 원칙의 하나인데, 형사소송법에는 그와 상호충돌 관계에 있는 직권주의적 요소에 관한 여러 규정들이 있으므로 이러한 규정들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석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공소장일본주의가 형사재판의 운용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공소범죄사건에서 실체적 진실발견과 적법절차보장이라는 형사소송이념을 실현할 수 있도록 그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1) 먼저,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은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공소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함으로써 심판의 능률과 신속을 꾀함과 동시에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그러므로 공소사실은 가능한 한 명확하게 이를 특정할 수 있도록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러한 필요성은 공소장일본주의 원칙과 비교하더라도 가볍게 다룰 것이 아니다. 한편, 공소사실의 기재는 본질적으로 역사적으로 이미 발생한 사실을 그에 관한 자료를 기초로 범죄사실로 재구성하여 표현하는 것이어서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필연적으로 장차 증거로 제출될 서류 기타 물건에 담긴 정보를 기술하는 형식에 의하게 되고, 특히 명예훼손·모욕·협박 등과 같이 특정한 표현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범죄의 성부가 판가름되는 경우나 특허권·상표권 침해사범처럼 사안의 성질상 도면 등에 의한 특정이 필요한 경우 등에는 서류 기타 물건의 내용을 직접 인용하거나 요약 또는 사본하여 첨부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공소장일본주의는 공소사실 특정의 필요성이라는 또 다른 요청에 의하여 필연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양자의 취지와 정신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선에서 공소사실 기재 또는 표현의 허용범위와 한계가 설정되어야 한다.
또한, 형사소송법은 형사피고사건의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심리를 위하여 재판장은 사건을 공판준비절차에 부칠 수 있고( 법 제266조의5 제1항), 법원은 공판준비절차에서 공소사실 등을 명확하게 하는 행위, 공소사실의 추가·철회 또는 변경을 허가하는 행위,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주장할 내용을 명확히 하여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는 행위, 계산이 어렵거나 그밖에 복잡한 내용에 관하여 설명하도록 하는 행위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제266조의9 제1항). 공판준비절차는 공판중심주의와 집중심리의 원칙( 법 제267조의2)을 실현하려는 데 그 주된 목적이 있으므로,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포함한 공소제기 절차상의 하자는 이 단계에서 점검함으로써 위법한 공소제기에 기초한 소송절차가 계속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은 공소장변경제도를 인정하여, 검사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철회 또는 변경을 할 수 있고, 법원 역시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또는 변경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제298조 제1항, 제2항). 이러한 공소장변경제도는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직권주의적 요소로서 형사소송법이 절차법으로서 가지는 소송절차의 발전적·동적 성격과 소송경제의 이념 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공소장일본주의의 적용은 공소제기 이후 공판절차가 진행된 단계에서는 필연적으로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2) 대법원은 종래, ① 공소장의 공소사실 첫머리에 소년부송치처분 등 범죄전력을 기재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특정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와 같은 내용의 기재가 있다 하여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대법원 1990. 10. 16. 선고 90도1813 판결 참조), ② 공소장에는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만 기재할 것이고 공소사실의 첫머리에 공소사실과 관계없이 법원의 예단만 생기게 할 사유를 불필요하게 나열하는 것은 옳다고 할 수 없으며, 공소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도 원칙적으로 범죄의 구성요건에 적어야 할 것이고, 이를 첫머리 사실로서 불필요하게 길고 장황하게 나열하는 것을 적절하다고 할 수 없으나, 공소장에 기재된 첫머리 사실이 공소사실의 범의나 공모관계, 공소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나 경위 등을 명확히 나타내기 위하여 적시한 것으로 보이는 때에는 공소제기의 방식이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며( 대법원 1992. 9. 22. 선고 92도1751 판결, 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도3145 판결, 대법원 1999. 5. 14. 선고 99도202 판결 등 참조), ③ 설사 범죄의 직접적인 동기가 아닌 경우에도 동기의 기재는 공소장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도748 판결 참조) 판시하여 왔는바, 이러한 판결들은 모두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 여부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장일본주의에 관한 규정과 형사재판의 적정한 운용에 관한 그 밖의 다른 규정들이 합리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3) 위에서 살펴본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 여부는 공소사실로 기재된 범죄의 유형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에 공소장에 첨부 또는 인용된 서류 기타 물건의 내용, 그리고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이외에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법관 또는 배심원에게 예단을 생기게 하여 법관 또는 배심원이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당해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 공소제기라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법 제327조 제2호). 그러나 공소장 기재의 방식에 관하여 피고인 측으로부터 아무런 이의가 제기되지 아니하였고 법원 역시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대로 공판절차를 진행한 결과 증거조사절차가 마무리되어 법관의 심증형성이 이루어진 단계에서는 소송절차의 동적 안정성 및 소송경제의 이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제는 더 이상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주장하여 이미 진행된 소송절차의 효력을 다툴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을 살펴보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사정, 특히 당초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되었던 주위적 공소사실은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당대표 등이 금품 등을 수수하여 공직을 매수하는 범행에 관한 것으로서, 이러한 범죄는 당 내부적으로도 일부 핵심 인사만 알 수 있도록 은밀하고도 계획적으로 행하여지는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검사로서는 그 범의나 공모관계, 범행의 동기나 경위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사정을 적시할 필요도 어느 정도 있다는 점, 이와 관련하여 제1심 공판절차에서 피고인 측이 이 점에 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판절차가 진행되어 위와 같이 공소사실에 인용된 증거들을 포함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대한 증거조사가 모두 마쳐진 점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해당하므로 공소기각 하여야 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공소장일본주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이 점에 관한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2. 정치자금법상 “기부”의 해석의 점에 대하여
정치자금법 제1조는 “이 법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조 제1항은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라고 규정하면서 제32조 제1호, 제45조 제2항 제5호에서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은 자를 벌칙의 적용대상의 하나로 규정하고, 제45조 제3항에서는 위와 같이 제공된 금품 그밖에 재산상의 이익은 필요적으로 몰수하되 이를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제3조 제2호에서는 “기부”라 함은 정치활동을 위하여 개인 또는 후원회 그 밖의 자가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고, 이 경우 제3자가 정치활동을 하는 자의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거나 지출하는 경우와 금품이나 시설의 무상대여, 채무의 면제·경감 그 밖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 등은 이를 기부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자금법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선출직 공직자 선거에 있어서 후보자 추천 단계에서부터 금권의 영향력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공명정대한 선거를 담보하고자 하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음을 염두에 두고, 위 각 규정들을 종합해 보면, 정치자금의 제공이 후보자 추천의 대가 또는 사례에 해당하거나,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그 후보자 추천에 있어서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이는 정치자금법이 금지하는 기부제한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도6307 판결 참조). 그러므로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금전을 무상으로 대여 받는 행위는 정치자금법이 금지하는 정치자금을 제공받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경우 그 차용금 자체를 기부 받은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통상적으로 유상대여가 이루어졌을 경우와 비교하여 그 이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기부 받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9392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금전을 통상적인 경우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이율로 대여 받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므로 이때에는 금융기관의 대출금리 또는 법정이율 등과 실제 이율과의 차이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기부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하고 몰수·추징의 대상도 이에 한정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6도7241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사정을 들어 공소외 1이 창조한국당에 6억 원의 당채 매입 대금을 제공한 행위는 창조한국당이 후보자의 추천과 관련한 유상대여를 통하여 금융기관의 시중 대출이율과 당채이율 연 1% 사이의 차액만큼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한 행위로서 이는 정치자금법 제3조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기부로 간주되는 정치자금의 제공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정치자금법상 “기부”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3. 불고불리원칙 위반의 점에 대하여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것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7도82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을 유죄라고 인정한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6억 원에 대한 금융기관의 시중 대출이율과 연 1%의 당채이율 사이의 차액에 상당하는 액수 미상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는 행위를 통하여 정치자금을 기부 받았다’는 범죄사실은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중 ‘6억 원의 자금 융통 및 시중 사채금리와 차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정치자금으로 기부받았다’는 범죄사실과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전자는 후자에 포함되는 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된 경우에 해당하고, 제1심에서 원심에 이르기까지 심리경과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거기에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죄 주체의 해석의 점에 대하여
공직선거법 제47조의2 제1항에 의하여 정당이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받은 당사자가 정당인 경우에는 자연인인 기관이 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므로, 같은 법 제230조 제6항에서 같은 법 제47조의2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라 함은 정당인 경우 업무를 수행하는 정당의 기관인 자연인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8도11040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창조한국당이 공소외 1을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추천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공소외 1로부터 당채 매입 대금으로 6억 원을 제공받은 행위와 관련하여 창조한국당의 대표인 피고인에게 공직선거법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공직선거법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5. 법률의 착오의 점에 대하여
형법 제16조는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한다. 이 경우 행위자가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가 자기 행위의 위법의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또는 권한 있는 관청에 문의하는 등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다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및 그의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9도193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창조한국당이 제18대 국회의원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정당에서 공천헌금을 받고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하는 것은 불법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은 바 있고, 나아가 이 사건 범행 무렵에 당사랑채권에 대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를 하여 회신을 받았으나, 그 내용은 단순히 당채를 발행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었으며, 비례대표 후보 추천과 관련하여 당채를 판매하는 행위가 위법한지 여부에 관하여는 이를 선거관리위원회에 확인한 사실이 없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재산상 이익을 수수한 행위를 법령에 의하여 허용되는 행위로 오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률의 착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6.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 및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모두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의 인정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7. 결론
그렇다면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공소장일본주의 위배에 관하여 대법관 이홍훈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양승태의 보충의견,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 및 대법관 안대희의 보충의견과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김지형의 보충의견이 있다.
8. 대법관 이홍훈의 별개의견
가. 이 사건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 및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공소장일본주의 위배가 인정되는 경우에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일단 공판절차가 계속 진행되어 증거조사가 마쳐지고 법관의 심증형성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어떤 경우에도 더 이상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이유로 공소제기의 위법을 다툴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다수의견은 공소장일본주의의 주된 취지가 법관의 예단 배제에 있다고 설시한 다음, 법관의 심증형성은 증거조사를 마친 경우에야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전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관의 심증은 증거조사 이전에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한 공소장을 통하여 형성될 수도 있는 것이고, 이와 같은 공소장을 통하여 생긴 선입관과 그 후의 증거조사가 결합하여 형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공소장일본주의가 바로 이와 같이 적법한 증거에 의하지 아니한 심증형성이 이미 이루어진 경우에 공소기각 판결을 통하여 새로운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도록 함으로써 당사자를 구제하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심증형성이 이루어진 단계에서는 더 이상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다툴 수 없다는 다수의견의 논거는 공소장일본주의를 형해화시킬 우려가 있어서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다수의견은 증거조사에 앞서 공판준비절차나 공소장변경절차를 통하여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시정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였으므로, 증거조사 후에는 이를 다툴 수 없도록 해도 무방하다고 전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판준비절차에 부칠 것인지 여부는 재판장의 재량으로 결정하는 것이고( 법 제266조의5 제1항), 검사가 스스로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인정하고 시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므로 공소장변경 역시 법원의 요구가 있어야 비로소 검사가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 제298조 제2항). 그런데 국민참여재판의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일반적인 형사재판에 있어서 예단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훈련되어 있다고 자부하는 직업법관이 스스로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문제 삼는 경우는 드물 것이고, 법률문외한인 피고인이 공소장일본주의의 개념을 파악하고 초기부터 적절하게 대응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법률전문가인 변호인이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주장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인데, 다수의견에 따르면 제1심 증거조사를 마친 후 비로소 변호인이 선임된 경우라든가, 항소심에서 비로소 변호인이 선임된 경우에는, 이미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로 인하여 예단이 형성되어 판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다툴 방법을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도 다수의견의 논거에 동의하기 어렵다.
결국, 다수의견에 따르면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여 법관이나 배심원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심증형성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정도에 이른 경우라도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초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1심 증거조사절차를 마치게 되면 그 구제방법을 박탈함으로써 공소장일본주의의 취지를 상당 부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여 둔다.
나. 한편,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반한 때에는 그 위반의 정도나 경중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위법한 공소제기라고 보아 항상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반대의견의 견해에도 찬성할 수 없다.
아무리 사소한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이라 할지라도 모두 공소기각의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형사재판에서 피고인 측은 대부분의 사건에서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의 주장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고, 검사가 공소사실을 기재하거나 법원이 공소장을 심사하면서 사소한 문장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등 시간과 노력이 허비되고 소송절차가 지연될 우려가 있으며, 실체적 진실발견이나 적절한 형벌권의 행사와 같은 형사소송의 가치가 손상될 수 있다. 또한, 사소한 문제로 인하여 공소기각 판결을 받고 다시 공소가 제기되어 재판을 받아 동일한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라면 그다지 피고인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반대의견에 따르면 공소장일본주의라는 원칙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우리 형사소송절차가 추구하는 다른 원칙이나 가치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부적절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하여 둔다.
다. 따라서 무죄추정의 권리를 향유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법관이 가질 수 있는 유죄의 예단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실체적 진실발견과 적절한 형벌권의 행사를 함께 도모하기 위하여는,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의 효과를 모든 사안에 있어서 일률적으로 확정할 수는 없고, 그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여 법관이나 배심원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심증형성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정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절차의 진행 정도에 관계없이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공소장일본주의 위배의 내용과 태양 및 정도, 위배 경위와 회피가능성, 공소제기의 주체인 검사의 인식과 의도, 피고인과 변호인의 방어권 행사에 미친 영향, 사건의 경중과 특성, 공판절차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을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일부 기재 내용은 반대의견에서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하였음은 명백하다. 그러나 피고인은 제1심 초기 단계부터 다수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있었음에도 적법한 증거조사를 마친 후 제1심의 마지막 변론기일에 이르기까지 공소장일본주의 위배에 대하여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등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입장에서 이 사건 공소장일본주의 침해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인식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공직선거법위반의 점은 선거일부터 6월이라는 단기의 공소시효가 적용되므로 이에 대하여 공소기각의 판결이 선고되면 사실상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있어 적절한 형벌권의 행사가 곤란하게 되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
이상의 이유로 별개의견을 밝혀둔다.
9.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상고이유 중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의 점에 관한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공소장일본주의는 다수의견이 잘 설명하고 있듯이, 당사자주의 구조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 형사소송절차에서 공판중심주의, 증거재판주의, 직접심리주의 및 무죄추정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원칙이다. 특히 공소장일본주의는 재판제도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원칙으로서 그 원칙에 위배된 재판은 이미 생명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형사소송절차에서 공소제기는 공소장을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하도록 되어 있고, 공소장에는 공소사실을 기재하되 범죄의 시일(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형사소송법 제254조). 공소장에 기재되는 공소사실 그 자체는, 당사자주의 소송구조에서 적극적 당사자의 지위에 있는 검사가 반대 당사자인 피고인의 처벌을 요구하면서 처벌의 구성요건으로 제시하여 주장하는 사실의 기재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주장사실들이 공판과정에서 증명의 대상을 특정하고 구획짓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주장사실의 기재는 범죄 구성요건에 직접 해당하는 사실들로만 간결하고 명확하게 기재되어야 하며 그것으로 족하다. 때에 따라 구성요건 사실 자체를 직접 증명하고 확인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에 이를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을 기재하거나 공소사실을 특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주변사실들을 덧붙여 기재할 수는 있을 것이나, 그 경우에도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서 너무 장황하거나 자세하게 동기나 경위 등을 기재하는 것은 부적절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공소사실의 기재는 어디까지나 검사의 주장에 그쳐야지, 사실에 대한 주장의 정도를 넘어 법관의 판단과 심증형성에 영향을 미칠 요소가 개재되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검사가 공소장에서 주장한 공소사실은 그 자체가 증명의 대상이 되어, 공개된 공판정의 공판절차에서 쌍방의 입증에 따라 그 존부가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 이전에는 누구도 미리 그 존부에 대한 예단이나 선입견을 가질 수 없음은 증거재판주의와 공판중심주의 원칙상 명백하다. 그런 필요성에 따라 우리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은, 공소장에는 법에서 허용된 사항들을 기재하는 외에 미리 범죄사실에 대한 예단을 줄 우려가 있는 일체의 물건이나 서류를 첨부하거나 내용을 인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여 공소장일본주의를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나. 공소장일본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 하나는 전과사실, 피고인의 악성, 경력, 소행, 여죄, 범죄성립과 직접불가분의 관계에 있지 아니한 동기 등 이른바 ‘기타 사실의 기재’를 하거나 관련된 물건·서류를 첨부·인용함으로써 예단을 갖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범죄구성요건을 이루는 요증사실에 대한 증거를 첨부하거나 증거의 내용을 인용하는 것이다.
먼저, 예단을 줄 수 있는 ‘기타 사실의 기재’나 첨부·인용을 금지하는 것은, 그 ‘기타 사실’ 자체는 범죄 구성요건 사실에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그 하나하나가 직접적인 증명의 대상이 되지 않아 공판과정에서 그 존부가 일일이 확인되지 않으면서도 피고인에게 불리한 예단을 형성시키는 작용을 할 뿐 아니라, 설령 그 존재가 증거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기타 사실’의 존재와 범죄사실의 존재 사이에 직접 관련이 없어 유죄 인정의 자료가 될 수 없는 것임에도, 실제로는 법관과 배심원에게 막연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켜 은연중에 유죄의 심증 형성에 가세하게 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심지어 증거조사 결과 ‘기타 사실’에 관하여는 아무런 증거가 없어 그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이미 그 기재 자체로서 공소장을 보는 순간 법관과 배심원에게 예단이 형성될 수 있고, 그렇게 형성되어 버린 예단이나 불리한 심증은 유무죄를 결정짓는 범죄사실 자체에 관한 증거판단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 단계에 가서 ‘기타 사실’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점이 밝혀진다 한들 이미 법관과 배심원에게 형성된 예단이 범죄사실 판단에 있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영향을 미쳐 버린 상황은 되돌릴 길이 없다. 그렇게 되면 증거로 뒷받침 되지도 않는 ‘기타 사실’의 일방적 기재 자체만으로도 유죄의 결론 쪽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 피고인으로서는 불공평한 재판을 받게 되고, ‘기타 사실’ 자체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하여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유죄판결의 범죄사실에서 그 기재를 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다음으로, 요증사실에 대한 증거의 첨부나 인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형사소송절차에서 범죄사실의 존부에 대한 판단은 공개된 공판정에서의 쌍방 입증과정을 통한 증거조사절차에 의하여 비로소 이루어져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당사자주의, 증거재판주의 원칙상 당연한 것으로서, 그러한 증거조사절차 이전에 검사의 일방적인 공소장 제출에 의하여 미리 증거물과 증거서류를 보게 하거나 그 인용된 내용을 인지하게 하는 것은 위 원칙들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형사소송법상 위법수집 증거에 대한 증거능력 배제나 전문증거의 증거능력 제한 등 여러 증거법 원칙상 증거능력이 확인되지 아니한 증거는 법관에게 제시되거나 그 내용을 보게 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야 하는 것인데( 형사소송규칙 제134조 제4항, 같은 이유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44조는 배심원 또는 예비배심원은 법원의 증거능력에 관한 재판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장차 증거조사 단계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어 증거조사에 들어가게 될지 여부조차도 확실하지 아니한 증거를 미리 공소장에 첨부하거나 내용을 인용하여 법관이나 배심원들로 하여금 보거나 듣게 하는 것은 증거조사절차를 통하지 아니한 심증형성을 허용하는 것으로서, 형사소송절차의 근간을 이루는 위 원칙들을 형해화하는 것이며 증거법 원칙과 증거재판주의 및 공판중심주의로 지탱되는 형사소송의 기본구조를 붕괴시키는 결과가 된다.
공소장에 첨부되거나 내용이 인용된 증거가 실제 증거조사과정에서는 아예 증거로 신청되지도 않거나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여 증거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경우에도 그것이 공소장에 첨부 또는 인용기재되어 법관과 배심원들이 보게 되는 순간 피고인에게 불리한 예단은 이미 형성될 수 있으므로 그것들이 나중에 증거로 조사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그 흠의 해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 경우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심증 형성에는 그 증거들이 예단으로 작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죄의 증거를 나열할 때에 이를 제외하는 것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 반면에 그 증거가 나중에 실제로 증거능력을 취득하여 증거조사를 마치게 됨으로써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증거조사 단계에 이르기 전의 공소제기 단계에서 이를 먼저 보게 됨으로써 생기는 예단 및 그로 인한 재판의 불공정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는 점은 뒤에서 다시 언급한다.
한마디로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는 ‘기타 사실의 기재’와 요증사실에 대한 증거의 첨부 또는 내용의 인용은 이를 첨부·기재하는 검찰에게는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유죄 예단의 형성이라는 효과를 안겨주는 반면에, 피고인은 재판의 첫 단계부터 시종 공정하지 못한 입장에서 재판을 받게 되고, 법원은 형사소송법상의 중요한 여러 원칙을 어기는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결과가 된다.
다. 공소장일본주의의 한계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은 우리 형사소송법에는 여러 사정상 상충되는 법원칙이 혼재하여 있게 마련이고, 당사자주의와 상호충돌 관계에 있는 직권주의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그 사이에 조화로운 해석의 필요가 있으며, 실체적 진실발견과 적법절차 보장이라는 또 다른 이념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공소장일본주의를 실제 적용함에는 구체적 기준의 설정이 필요하므로 그것이 절대적인 원칙이 될 수는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공소장일본주의는 공소사실에 유죄의 예단을 줄 수 있는 ‘기타 사실의 기재’나 물건·서류 등의 첨부·인용을 금지한다는 것으로서, 재판을 담당한 법관 또는 배심원들이 아무런 선입견 없는 백지 상태에서 재판에 임하게 함으로써 재판의 공정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공정한 재판이라는 것 그 자체가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고 적법절차의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것이며, 공소장일본주의는 바로 이러한 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원칙이다. 그리고 우리 형사소송법이 당사자주의의 기본구조에 직권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것도 실체적 진실발견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므로 직권주의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는 점이 공소장일본주의가 추구하고자 하는 재판의 공정과 상충되는 요인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공소장일본주의에 일정한 한계를 두어야 하는 근거로 될 수 없다. 설사 실체적 진실발견에 공소장일본주의가 다소 장애가 되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 쓸 수 없도록 증거능력을 제한함으로써 그 증거를 사용하여 얻을 수 있는 실체적 진실발견을 희생시켜 가면서도 피고인의 인권과 적법절차의 준수에 더 의미를 두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형사소송절차에는 실체적 진실발견보다 더 우선하는 가치를 가지는 원칙들이 있다. 공소장일본주의가 추구하는 재판의 공정이라는 가치 역시 실체적 진실발견보다는 더 우선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므로 재판의 공정과 관련된 공소장일본주의의 기능 발휘를 위해서는 실체적 진실발견의 요청은 일부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수의견은 또, 공소사실 특정의 필요성과 소송절차의 발전적·동적 성격, 소송경제의 이념 등을 고려하면 공판절차가 진행된 단계에서는 공소장일본주의는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판의 공정은 재판을 시작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보장되어야 하는 중요한 원칙이다. 일단 재판의 시작단계에서 공정성에 흠이 있는 상태로 재판이 출발하게 되면 그 이후의 모든 재판과정에 첫 단계의 불공정성이 영향을 미쳐 전체 재판과정에 심각한 흠이 내재하게 됨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재판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공소장일본주의는 공판절차가 어느 단계에 가 있든 항상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으로서, 그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 공판절차 진행에 따른 한계를 적용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은 공소장일본주의의 기본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공소장일본주의가 추구하는 재판의 공정 이념은 우선적 가치를 가진 근본이념으로서, 재판의 신속·경제 등 기능적인 면에서 추구되는 이념들과 같은 평면에 놓고 서로 타협·양보할 수 있는 그런 가치는 아니다. 재판의 신속·경제를 위해 재판의 공정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 그리고 다수의견이 설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명예훼손, 모욕, 협박 등과 같이 구체적인 표현 내용 자체를 인용하여야만 범죄의 성립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경우나 도면 등을 인용하여야만 특정이 가능한 공소사실의 경우에는 공소장일본주의의 예외로서 서류의 첨부나 인용 등이 허용된다고 할 것이나, 그 예외가 인정되는 범위는 그 인용이나 첨부가 아니면 공소사실의 특정이나 기재 자체가 어려운 부득이한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공소사실의 특정 등을 핑계 삼아 법관에게 예단을 줄 수 있는 서류나 물건의 첨부·인용을 함부로 허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뒤에서 보는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의 보충의견은, 우리 형사소송법과 규칙이 공소장에 구속관련 서류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구속영장 실질심사, 체포·구속의 적부심사, 보석 심리에 관여한 법관이 공판절차에서 배제될 것을 요구하지 않는 점,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절차, 공판절차 갱신 후의 절차, 파기환송·이송 후의 절차 등에서는 공판심리 전에 소송기록과 증거물이 법원에 제출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소장일본주의는 형사소송절차의 다른 이념들과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형사소송법령과 형사재판 실무의 변천과정을 되돌아보면, 위 보충의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규정들이나 실무 관행 중 일부 공소장일본주의와 맞지 않는 부분들은 공소장일본주의가 갖고 있는 의미와 가치가 충분히 인식되지 못한 상태에서 소송절차상 다른 필요를 염두에 두고 규정되거나 형성된 것들로서, 공소장일본주의를 적용함에 일정한 제한을 둘 것인지를 충분히 고려한 끝에 그러한 의도하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 보충의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은 공소장일본주의의 적용을 제한할 근거가 된다기보다는 오히려 국민의 재판참여제도가 시행되고 공판중심주의와 당사자주의가 더욱 강화된 지금에 와서는 공소장일본주의의 진정한 의미 실현에 장애가 되는 것들이어서, 장차 법령의 개정과 실무의 개선을 통하여 공소장일본주의를 더욱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다듬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된다.
결국, 다수의견이 내세우는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여 공소장일본주의에 일정한 한계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못하다.
라. 다수의견은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 때에는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것으로 보아 원칙적으로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바, 이에 대하여는 전적으로 의견을 같이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피고인 측으로부터 이의제기가 없고 법원이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대로 공판절차를 진행한 결과 증거조사절차가 마무리되어 법관의 심증형성이 이루어진 단계에서는 더 이상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주장하여 이미 진행된 소송절차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고 보는 데에는 찬성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이와 같이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을 다툴 수 있는 시기를 제한하는 입장을 취하는 근거로, 우리 형사소송법이 공판준비절차를 규정하여 공소제기 절차상의 하자 등을 점검하고 시정할 기회를 갖도록 하였으며, 공소장변경제도를 두어서 공소사실을 추가·철회·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하여 직권주의가 가미된 공판절차가 진행된 단계에서는 소송절차의 발전적·동적 성격과 소송경제의 이념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의 위와 같은 견해는 공소장일본주의의 의미와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소장일본주의는, 공개된 공판정에서 이루어지는 증거조사절차에서 엄격한 증거법칙에 따라 증거능력을 갖춘 증거들만에 의하여 법관의 심증형성을 하여야 하고 그 이외에는 일체 법관의 심증형성에 미리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되며, 공소장에 그와 같은 예단을 줄 우려가 있는 일체의 ‘기타 사실의 기재’나 물건·서류의 첨부 및 내용의 인용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반하여 공소장에 그러한 기재나 첨부가 되었을 때에는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치기 전에 법관에게 예단을 주어 미리 심증형성에 영향을 주게 되고, 이미 그와 같이 예단으로 공정성이 훼손된 상태에서 법관이 진행하는 이후의 모든 소송절차는 그 자체로서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내재되어, 나중에 증거조사절차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미 공정성이 훼손된 상태에서 진행된 그 사이의 모든 절차 및 그 절차에 따라 형성된 법관의 심증에 배어든 흠이 없어질 수는 없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일단 예단의 위험성에 노출된 법관이나 배심원들이 그 예단에서 벗어나서 그 이전의 백지상태로 돌아가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그와 같은 경우 이를 시정하는 길은 부득이 그 법관이나 배심원들을 그 사건에서 물러나게 한 다음 다른 법관이나 배심원들로 하여금 다시 재판하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여 일단 사건을 종결시킨 후 다시 제대로 된 공소장에 의하여 공판절차를 새로이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 주장과 같이, 공소기각 판결을 한다 하더라도 다시 정정된 공소장에 의하여 재판을 받게 될 것인데 이는 무용의 절차를 반복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의 이익에도 반하게 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예단의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진행된 재판과 그렇지 않은 백지 상태에서 진행된 재판은 공정성과 재판의 신뢰 면에서 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서, 설령 재판의 결과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더라도 이를 무용의 절차 반복이라 할 수는 없고, 공정한 재판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는 피고인의 입장을 고려해 보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하여 엄수되어야 할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음에도 재판의 결과에 영향이 없고 적법절차의 원칙을 준수한 재기소가 무용의 절차를 반복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잘못된 공소제기의 효력을 인정하게 된다면, 형사소추기관의 적법절차 원칙 위반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강요된 자백이나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고, 체포 당시 피의사실의 요지나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 등을 고지 받지 않으면 불법체포로 인정하며, 진술거부권의 고지를 받지 않은 채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등 모든 적법절차의 원칙에서 이미 일반적인 법리로 확인한 바 있듯이, 적법절차의 원칙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은 그 위반의 효력을 전면 부정하는 것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한, 피고인이 범죄를 모두 인정하는 경우나 법원이 무죄의 심증을 굳힌 경우에도 예외 없이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여 재차 재판절차에 응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심히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으나,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였다가 다시 번복하여 무죄를 적극 다투는 경우가
【판시사항】
[1]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및 그 법적 효과
[2] 정당의 후보자 추천 관련 금품수수 범행의 공소사실에 범죄사실 이전 단계의 정황과 경위, 범행을 전후하여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을 장황하게 기재한 사안에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3]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무상 또는 현저히 낮은 이율로 금전을 대여받은 경우, 위법한 정치자금을 제공받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 때 몰수 또는 추징의 대상이 되는 재산상 이익
【판결요지】
[1] [다수의견] 형사소송 법령의 내용과 그 개정 경위, 공소장일본주의의 기본취지,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이 당사자주의와 공판중심주의 원칙 및 직접심리주의와 증거재판주의 원칙 등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 등을 아울러 살펴보면, 공소장일본주의는 위와 같은 형사소송절차의 원칙을 공소제기의 단계에서부터 실현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우리나라 형사소송구조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공소장일본주의는 공소사실 특정의 필요성이라는 또 다른 요청에 의하여 필연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양자의 취지와 정신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선에서 공소사실 기재 또는 표현의 허용범위와 한계가 설정되어야 한다는 점, 공판준비절차는 공판중심주의와 집중심리의 원칙을 실현하려는 데 그 주된 목적이 있으므로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포함한 공소제기 절차상의 하자는 이 단계에서 점검함으로써 위법한 공소제기에 기초한 소송절차가 계속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 형사소송법상 인정되는 공소장변경제도는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직권주의적 요소로서 형사소송법이 절차법으로서 가지는 소송절차의 발전적·동적 성격과 소송경제의 이념 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공소장일본주의의 적용은 공소제기 이후 공판절차가 진행된 단계에서는 필연적으로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 여부는 공소사실로 기재된 범죄의 유형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에 공소장에 첨부 또는 인용된 서류 기타 물건의 내용, 그리고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이외에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법관 또는 배심원에게 예단을 생기게 하여 법관 또는 배심원이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당해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 공소제기라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공소장 기재의 방식에 관하여 피고인측으로부터 아무런 이의가 제기되지 아니하였고 법원 역시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대로 공판절차를 진행한 결과 증거조사절차가 마무리되어 법관의 심증형성이 이루어진 단계에서는 소송절차의 동적 안정성 및 소송경제의 이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제는 더 이상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주장하여 이미 진행된 소송절차의 효력을 다툴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관 이홍훈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을 따르면 공소장일본주의 위배의 정도가 중대하여 법관이나 배심원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심증형성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정도에 이른 경우라도,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초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1심 증거조사절차를 마치게 되면 그 구제방법을 박탈함으로써 공소장일본주의의 취지를 상당부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한편, 뒤에 나오는 반대의견을 따르면 공소장일본주의라는 원칙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우리 형사소송절차가 추구하는 다른 원칙이나 가치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부적절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무죄추정의 권리를 향유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법관이 가질 수 있는 유죄의 예단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실체적 진실발견과 적절한 형벌권의 행사를 함께 도모하기 위하여는, 공소장일본주의 위배의 효과를 모든 사안에 있어서 일률적으로 확정할 수는 없고, 그 위배의 정도가 중대하여 법관이나 배심원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심증형성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정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절차의 진행 정도에 관계없이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합당하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공소장일본주의 위배의 내용과 태양 및 정도, 위배 경위와 회피가능성, 공소제기의 주체인 검사의 인식과 의도, 피고인과 변호인의 방어권 행사에 미친 영향, 사건의 경중과 특성, 공판절차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공소장일본주의는 재판제도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원칙으로서 그 원칙에 위배된 재판은 이미 생명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한편, 우리 형사소송법이 당사자주의의 기본구조에 직권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것도 실체적 진실발견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므로 직권주의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는 점이 공소장일본주의가 추구하고자 하는 재판의 공정과 상충되는 요인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공소장일본주의에 일정한 한계를 두어야 하는 근거로 될 수 없다. 즉, 공소장일본주의가 추구하는 재판의 공정이라는 가치가 실체적 진실발견보다는 더 우선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므로 재판의 공정과 관련된 공소장일본주의의 기능 발휘를 위해서는 실체적 진실발견의 요청은 일부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재판의 공정은 재판을 시작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보장되어야 하는 중요한 원칙이므로, 재판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공소장일본주의는 공판절차가 어느 단계에 가 있든 항상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공소장일본주의가 추구하는 재판의 공정 이념은 우선적 가치를 가진 근본이념으로서, 재판의 신속·경제를 위해 재판의 공정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 이러한 공소장일본주의의 의미와 기능을 생각해 볼 때에, 법관이 예단을 가진 채로 불공정한 공판절차를 진행하게 된다는 심각하고도 치유될 수 없는 흠을 초래하게 되는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은 그 자체로 이미 중대한 위법상태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 위반의 정도나 경중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위법한 공소제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결론적으로 공소장일본주의의 취지와 의미를 고려한다면 그 위반의 효과에 대하여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하는 것은 소송절차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공정한 재판의 원칙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는 것이고, 이를 위반한 공소제기는 법률의 규정에 위배된 것으로 치유될 수 없는 것이므로 시기 및 위반의 정도와 무관하게 항상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2] 정당의 후보자 추천 관련 금품수수 범행의 공소사실에 범죄사실 이전 단계의 정황과 경위, 범행을 전후하여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대화와 이메일 내용, 수첩의 메모 내용, 세세한 주변사실 등을 장황하게 기재한 사안에서, 위 범죄의 성격상 검사로서는 그 범의나 공모관계, 범행의 동기나 경위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사정을 적시할 필요도 있는 점, 이와 관련하여 제1심 공판절차에서 피고인측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판절차가 진행되어 위 공소사실에 인용된 증거들을 포함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대한 증거조사가 모두 마쳐진 점 등을 종합하여,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3]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와 정치자금법 제1조, 제2조 제1항, 제3조 제2호, 제32조 제1호, 제45조 제2항 제5호, 제45조 제3항의 규정들을 종합해 보면, 정치자금의 제공이 후보자 추천의 대가 또는 사례에 해당하거나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그 후보자 추천에 있어서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이는 정치자금법이 금지하는 기부제한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금전을 무상으로 대여받는 행위는 정치자금법이 금지하는 정치자금을 제공받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경우 그 차용금 자체를 기부받은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통상적으로 유상대여가 이루어졌을 경우와 비교하여 그 이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기부받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이러한 법리는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금전을 통상적인 경우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이율로 대여받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므로 이때에는 금융기관의 대출금리 또는 법정이율 등과 실제 이율과의 차이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기부받은 것으로 보아야 하고 몰수·추징의 대상도 이에 한정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1항, 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 [2]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1항, 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 공직선거법 제47조의2 제1항, 제230조 제6항 [3] 정치자금법 제1조, 제2조 제1항, 제3조 제2호, 제32조 제1호, 제45조 제2항 제5호, 제45조 제3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도3145 판결(공1994상, 1233)
대법원 1999. 5. 14. 선고 99도202 판결(공1999상, 1215)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도748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813 판결(공2009상, 428)
[3] 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6도7241 판결(공2007상, 652)
【전 문】
【피 고 인】 문국현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9. 7. 23. 선고 2008노335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장일본주의 위배의 점에 대하여
가. 공소장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나만을 제출하여야 하고 그밖에 사건에 관하여 법원에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원칙이다( 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 공소장에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이외의 사실로서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사유를 나열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른바 ‘기타 사실의 기재 금지’로서 공소장일본주의의 내용에 포함된다( 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도3145 판결 참조).
종래 우리나라의 형사재판 실무는 검사가 제1회 공판기일 이전에 수사기록 일체를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리하여 법원에 따라서는 제1회 공판기일에 들어가기 이전에 검사로부터 제출받은 수사기록을 살펴보고 사안을 미리 파악하기도 하는 등 실무상 혼란이 없지 않았고, 이에 대해서는 예단배제를 위한 공소장일본주의의 취지에 반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러한 실무관행은 2006. 4. 1. 개정된 대법원 재판예규에 의하여 전국적으로 증거분리제출제도가 시행됨으로써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검사는 피고인이 자백하든 부인하든 제1회 공판기일 이후 증거조사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증거서류를 법정에서 제출하게 된 것이다. 또한, 2007. 6. 1. 법률 제8495호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국민참여재판제도가 도입되어 직업법관이 아닌 배심원이 국민참여재판을 하는 사건에 관하여 사실의 인정, 법령의 적용 및 형의 양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권한을 가지게 됨으로써 공판절차에서 법관이나 배심원이 공평한 제3자의 입장에서 심리에 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생겼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공판절차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재판장은 증거조사를 하기에 앞서 검사 및 변호인으로 하여금 공소사실 등의 증명과 관련된 주장 및 입증계획 등을 진술하게 할 수 있으나, 다만 증거로 할 수 없거나 증거로 신청할 의사가 없는 자료에 기초하여 법원에 사건에 대한 예단 또는 편견을 발생하게 할 염려가 있는 사항은 진술할 수 없도록 하였고( 법 제287조 제2항), 공판절차의 순서를 바꾸어 증거조사를 피고인신문에 앞서서 실시하도록 규정하는( 법 제290조, 제296조의2) 등 당사자주의 소송구조를 강화하였다.
위와 같은 형사소송 법령의 내용과 그 개정 경위에 더하여,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헌법 제27조 제4항의 규정상 형사피고인에 대하여 법관이 가질 수 있는 유죄의 예단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공소장일본주의의 기본취지,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피고사건에 대한 실체심리가 공개된 법정에서 검사와 피고인 양 당사자의 공격·방어활동에 의하여 행해질 것을 요구하는 당사자주의와 공판중심주의 원칙 및 공소사실의 인정은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기초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직접심리주의와 증거재판주의 원칙 등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 등을 아울러 살펴보면, 공소장일본주의는 위와 같은 형사소송절차의 원칙을 공소제기의 단계에서부터 실현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우리나라 형사소송구조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소장일본주의에 관한 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은 바로 이러한 법리를 명문화한 것인 이상, 법원은 물론 소추기관인 검사 역시 형사재판의 운용에 있어서 그 취지가 충분하게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우리나라의 형사소송구조상 공소장일본주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형사소송법은 과연 어떤 경우에 검사의 공소제기가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었다고 볼 것인지 그리고 그 법적 효과가 무엇인지, 특히 어떤 경우에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가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정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인지 등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형사소송법은 국가형벌권의 구체적 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법적 절차를 규율하는 법률로서 법공동체가 추구하는 이상과 좌절의 역사적 체험을 담은 그 시대 사회적·문화적 상황의 산물이므로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상충되는 법원칙이 혼재하여 있게 마련이다. 공소장일본주의 역시 우리나라 형사절차에 있어서 당사자주의적 요소를 반영하는 원칙의 하나인데, 형사소송법에는 그와 상호충돌 관계에 있는 직권주의적 요소에 관한 여러 규정들이 있으므로 이러한 규정들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석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공소장일본주의가 형사재판의 운용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공소범죄사건에서 실체적 진실발견과 적법절차보장이라는 형사소송이념을 실현할 수 있도록 그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1) 먼저,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은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공소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함으로써 심판의 능률과 신속을 꾀함과 동시에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그러므로 공소사실은 가능한 한 명확하게 이를 특정할 수 있도록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러한 필요성은 공소장일본주의 원칙과 비교하더라도 가볍게 다룰 것이 아니다. 한편, 공소사실의 기재는 본질적으로 역사적으로 이미 발생한 사실을 그에 관한 자료를 기초로 범죄사실로 재구성하여 표현하는 것이어서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필연적으로 장차 증거로 제출될 서류 기타 물건에 담긴 정보를 기술하는 형식에 의하게 되고, 특히 명예훼손·모욕·협박 등과 같이 특정한 표현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범죄의 성부가 판가름되는 경우나 특허권·상표권 침해사범처럼 사안의 성질상 도면 등에 의한 특정이 필요한 경우 등에는 서류 기타 물건의 내용을 직접 인용하거나 요약 또는 사본하여 첨부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공소장일본주의는 공소사실 특정의 필요성이라는 또 다른 요청에 의하여 필연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양자의 취지와 정신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선에서 공소사실 기재 또는 표현의 허용범위와 한계가 설정되어야 한다.
또한, 형사소송법은 형사피고사건의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심리를 위하여 재판장은 사건을 공판준비절차에 부칠 수 있고( 법 제266조의5 제1항), 법원은 공판준비절차에서 공소사실 등을 명확하게 하는 행위, 공소사실의 추가·철회 또는 변경을 허가하는 행위,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주장할 내용을 명확히 하여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는 행위, 계산이 어렵거나 그밖에 복잡한 내용에 관하여 설명하도록 하는 행위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제266조의9 제1항). 공판준비절차는 공판중심주의와 집중심리의 원칙( 법 제267조의2)을 실현하려는 데 그 주된 목적이 있으므로,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포함한 공소제기 절차상의 하자는 이 단계에서 점검함으로써 위법한 공소제기에 기초한 소송절차가 계속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은 공소장변경제도를 인정하여, 검사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철회 또는 변경을 할 수 있고, 법원 역시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또는 변경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제298조 제1항, 제2항). 이러한 공소장변경제도는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직권주의적 요소로서 형사소송법이 절차법으로서 가지는 소송절차의 발전적·동적 성격과 소송경제의 이념 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공소장일본주의의 적용은 공소제기 이후 공판절차가 진행된 단계에서는 필연적으로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2) 대법원은 종래, ① 공소장의 공소사실 첫머리에 소년부송치처분 등 범죄전력을 기재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특정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와 같은 내용의 기재가 있다 하여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대법원 1990. 10. 16. 선고 90도1813 판결 참조), ② 공소장에는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만 기재할 것이고 공소사실의 첫머리에 공소사실과 관계없이 법원의 예단만 생기게 할 사유를 불필요하게 나열하는 것은 옳다고 할 수 없으며, 공소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도 원칙적으로 범죄의 구성요건에 적어야 할 것이고, 이를 첫머리 사실로서 불필요하게 길고 장황하게 나열하는 것을 적절하다고 할 수 없으나, 공소장에 기재된 첫머리 사실이 공소사실의 범의나 공모관계, 공소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나 경위 등을 명확히 나타내기 위하여 적시한 것으로 보이는 때에는 공소제기의 방식이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며( 대법원 1992. 9. 22. 선고 92도1751 판결, 대법원 1994. 3. 11. 선고 93도3145 판결, 대법원 1999. 5. 14. 선고 99도202 판결 등 참조), ③ 설사 범죄의 직접적인 동기가 아닌 경우에도 동기의 기재는 공소장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도748 판결 참조) 판시하여 왔는바, 이러한 판결들은 모두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 여부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장일본주의에 관한 규정과 형사재판의 적정한 운용에 관한 그 밖의 다른 규정들이 합리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3) 위에서 살펴본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 여부는 공소사실로 기재된 범죄의 유형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에 공소장에 첨부 또는 인용된 서류 기타 물건의 내용, 그리고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이외에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법관 또는 배심원에게 예단을 생기게 하여 법관 또는 배심원이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당해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 공소제기라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법 제327조 제2호). 그러나 공소장 기재의 방식에 관하여 피고인 측으로부터 아무런 이의가 제기되지 아니하였고 법원 역시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대로 공판절차를 진행한 결과 증거조사절차가 마무리되어 법관의 심증형성이 이루어진 단계에서는 소송절차의 동적 안정성 및 소송경제의 이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제는 더 이상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주장하여 이미 진행된 소송절차의 효력을 다툴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을 살펴보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사정, 특히 당초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되었던 주위적 공소사실은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당대표 등이 금품 등을 수수하여 공직을 매수하는 범행에 관한 것으로서, 이러한 범죄는 당 내부적으로도 일부 핵심 인사만 알 수 있도록 은밀하고도 계획적으로 행하여지는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검사로서는 그 범의나 공모관계, 범행의 동기나 경위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사정을 적시할 필요도 어느 정도 있다는 점, 이와 관련하여 제1심 공판절차에서 피고인 측이 이 점에 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판절차가 진행되어 위와 같이 공소사실에 인용된 증거들을 포함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대한 증거조사가 모두 마쳐진 점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해당하므로 공소기각 하여야 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공소장일본주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이 점에 관한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2. 정치자금법상 “기부”의 해석의 점에 대하여
정치자금법 제1조는 “이 법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조 제1항은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라고 규정하면서 제32조 제1호, 제45조 제2항 제5호에서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은 자를 벌칙의 적용대상의 하나로 규정하고, 제45조 제3항에서는 위와 같이 제공된 금품 그밖에 재산상의 이익은 필요적으로 몰수하되 이를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제3조 제2호에서는 “기부”라 함은 정치활동을 위하여 개인 또는 후원회 그 밖의 자가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고, 이 경우 제3자가 정치활동을 하는 자의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거나 지출하는 경우와 금품이나 시설의 무상대여, 채무의 면제·경감 그 밖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 등은 이를 기부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자금법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선출직 공직자 선거에 있어서 후보자 추천 단계에서부터 금권의 영향력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공명정대한 선거를 담보하고자 하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음을 염두에 두고, 위 각 규정들을 종합해 보면, 정치자금의 제공이 후보자 추천의 대가 또는 사례에 해당하거나,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그 후보자 추천에 있어서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이는 정치자금법이 금지하는 기부제한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도6307 판결 참조). 그러므로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금전을 무상으로 대여 받는 행위는 정치자금법이 금지하는 정치자금을 제공받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경우 그 차용금 자체를 기부 받은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통상적으로 유상대여가 이루어졌을 경우와 비교하여 그 이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기부 받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9392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금전을 통상적인 경우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이율로 대여 받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므로 이때에는 금융기관의 대출금리 또는 법정이율 등과 실제 이율과의 차이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기부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하고 몰수·추징의 대상도 이에 한정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6도7241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사정을 들어 공소외 1이 창조한국당에 6억 원의 당채 매입 대금을 제공한 행위는 창조한국당이 후보자의 추천과 관련한 유상대여를 통하여 금융기관의 시중 대출이율과 당채이율 연 1% 사이의 차액만큼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한 행위로서 이는 정치자금법 제3조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기부로 간주되는 정치자금의 제공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정치자금법상 “기부”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3. 불고불리원칙 위반의 점에 대하여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것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7도82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을 유죄라고 인정한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6억 원에 대한 금융기관의 시중 대출이율과 연 1%의 당채이율 사이의 차액에 상당하는 액수 미상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는 행위를 통하여 정치자금을 기부 받았다’는 범죄사실은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 중 ‘6억 원의 자금 융통 및 시중 사채금리와 차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정치자금으로 기부받았다’는 범죄사실과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전자는 후자에 포함되는 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된 경우에 해당하고, 제1심에서 원심에 이르기까지 심리경과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거기에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죄 주체의 해석의 점에 대하여
공직선거법 제47조의2 제1항에 의하여 정당이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받은 당사자가 정당인 경우에는 자연인인 기관이 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므로, 같은 법 제230조 제6항에서 같은 법 제47조의2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라 함은 정당인 경우 업무를 수행하는 정당의 기관인 자연인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8도11040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창조한국당이 공소외 1을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추천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공소외 1로부터 당채 매입 대금으로 6억 원을 제공받은 행위와 관련하여 창조한국당의 대표인 피고인에게 공직선거법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공직선거법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5. 법률의 착오의 점에 대하여
형법 제16조는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한다. 이 경우 행위자가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가 자기 행위의 위법의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또는 권한 있는 관청에 문의하는 등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다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및 그의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9도193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창조한국당이 제18대 국회의원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정당에서 공천헌금을 받고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하는 것은 불법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은 바 있고, 나아가 이 사건 범행 무렵에 당사랑채권에 대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를 하여 회신을 받았으나, 그 내용은 단순히 당채를 발행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었으며, 비례대표 후보 추천과 관련하여 당채를 판매하는 행위가 위법한지 여부에 관하여는 이를 선거관리위원회에 확인한 사실이 없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과 관련하여 재산상 이익을 수수한 행위를 법령에 의하여 허용되는 행위로 오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률의 착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6.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 및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모두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의 인정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7. 결론
그렇다면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공소장일본주의 위배에 관하여 대법관 이홍훈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양승태의 보충의견,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 및 대법관 안대희의 보충의견과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김지형의 보충의견이 있다.
8. 대법관 이홍훈의 별개의견
가. 이 사건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 및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공소장일본주의 위배가 인정되는 경우에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일단 공판절차가 계속 진행되어 증거조사가 마쳐지고 법관의 심증형성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어떤 경우에도 더 이상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이유로 공소제기의 위법을 다툴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다수의견은 공소장일본주의의 주된 취지가 법관의 예단 배제에 있다고 설시한 다음, 법관의 심증형성은 증거조사를 마친 경우에야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전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관의 심증은 증거조사 이전에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한 공소장을 통하여 형성될 수도 있는 것이고, 이와 같은 공소장을 통하여 생긴 선입관과 그 후의 증거조사가 결합하여 형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공소장일본주의가 바로 이와 같이 적법한 증거에 의하지 아니한 심증형성이 이미 이루어진 경우에 공소기각 판결을 통하여 새로운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도록 함으로써 당사자를 구제하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심증형성이 이루어진 단계에서는 더 이상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다툴 수 없다는 다수의견의 논거는 공소장일본주의를 형해화시킬 우려가 있어서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다수의견은 증거조사에 앞서 공판준비절차나 공소장변경절차를 통하여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시정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였으므로, 증거조사 후에는 이를 다툴 수 없도록 해도 무방하다고 전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판준비절차에 부칠 것인지 여부는 재판장의 재량으로 결정하는 것이고( 법 제266조의5 제1항), 검사가 스스로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인정하고 시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므로 공소장변경 역시 법원의 요구가 있어야 비로소 검사가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 제298조 제2항). 그런데 국민참여재판의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일반적인 형사재판에 있어서 예단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훈련되어 있다고 자부하는 직업법관이 스스로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문제 삼는 경우는 드물 것이고, 법률문외한인 피고인이 공소장일본주의의 개념을 파악하고 초기부터 적절하게 대응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법률전문가인 변호인이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주장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인데, 다수의견에 따르면 제1심 증거조사를 마친 후 비로소 변호인이 선임된 경우라든가, 항소심에서 비로소 변호인이 선임된 경우에는, 이미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로 인하여 예단이 형성되어 판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다툴 방법을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도 다수의견의 논거에 동의하기 어렵다.
결국, 다수의견에 따르면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여 법관이나 배심원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심증형성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정도에 이른 경우라도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초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1심 증거조사절차를 마치게 되면 그 구제방법을 박탈함으로써 공소장일본주의의 취지를 상당 부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여 둔다.
나. 한편,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반한 때에는 그 위반의 정도나 경중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위법한 공소제기라고 보아 항상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반대의견의 견해에도 찬성할 수 없다.
아무리 사소한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이라 할지라도 모두 공소기각의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형사재판에서 피고인 측은 대부분의 사건에서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의 주장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고, 검사가 공소사실을 기재하거나 법원이 공소장을 심사하면서 사소한 문장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등 시간과 노력이 허비되고 소송절차가 지연될 우려가 있으며, 실체적 진실발견이나 적절한 형벌권의 행사와 같은 형사소송의 가치가 손상될 수 있다. 또한, 사소한 문제로 인하여 공소기각 판결을 받고 다시 공소가 제기되어 재판을 받아 동일한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라면 그다지 피고인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반대의견에 따르면 공소장일본주의라는 원칙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우리 형사소송절차가 추구하는 다른 원칙이나 가치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부적절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하여 둔다.
다. 따라서 무죄추정의 권리를 향유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법관이 가질 수 있는 유죄의 예단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실체적 진실발견과 적절한 형벌권의 행사를 함께 도모하기 위하여는,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의 효과를 모든 사안에 있어서 일률적으로 확정할 수는 없고, 그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여 법관이나 배심원의 공정하고 중립적인 심증형성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정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절차의 진행 정도에 관계없이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공소장일본주의 위배의 내용과 태양 및 정도, 위배 경위와 회피가능성, 공소제기의 주체인 검사의 인식과 의도, 피고인과 변호인의 방어권 행사에 미친 영향, 사건의 경중과 특성, 공판절차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을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일부 기재 내용은 반대의견에서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하였음은 명백하다. 그러나 피고인은 제1심 초기 단계부터 다수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있었음에도 적법한 증거조사를 마친 후 제1심의 마지막 변론기일에 이르기까지 공소장일본주의 위배에 대하여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등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입장에서 이 사건 공소장일본주의 침해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인식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공직선거법위반의 점은 선거일부터 6월이라는 단기의 공소시효가 적용되므로 이에 대하여 공소기각의 판결이 선고되면 사실상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있어 적절한 형벌권의 행사가 곤란하게 되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
이상의 이유로 별개의견을 밝혀둔다.
9.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상고이유 중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의 점에 관한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공소장일본주의는 다수의견이 잘 설명하고 있듯이, 당사자주의 구조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 형사소송절차에서 공판중심주의, 증거재판주의, 직접심리주의 및 무죄추정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원칙이다. 특히 공소장일본주의는 재판제도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원칙으로서 그 원칙에 위배된 재판은 이미 생명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형사소송절차에서 공소제기는 공소장을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하도록 되어 있고, 공소장에는 공소사실을 기재하되 범죄의 시일(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형사소송법 제254조). 공소장에 기재되는 공소사실 그 자체는, 당사자주의 소송구조에서 적극적 당사자의 지위에 있는 검사가 반대 당사자인 피고인의 처벌을 요구하면서 처벌의 구성요건으로 제시하여 주장하는 사실의 기재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주장사실들이 공판과정에서 증명의 대상을 특정하고 구획짓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주장사실의 기재는 범죄 구성요건에 직접 해당하는 사실들로만 간결하고 명확하게 기재되어야 하며 그것으로 족하다. 때에 따라 구성요건 사실 자체를 직접 증명하고 확인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에 이를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을 기재하거나 공소사실을 특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주변사실들을 덧붙여 기재할 수는 있을 것이나, 그 경우에도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서 너무 장황하거나 자세하게 동기나 경위 등을 기재하는 것은 부적절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공소사실의 기재는 어디까지나 검사의 주장에 그쳐야지, 사실에 대한 주장의 정도를 넘어 법관의 판단과 심증형성에 영향을 미칠 요소가 개재되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검사가 공소장에서 주장한 공소사실은 그 자체가 증명의 대상이 되어, 공개된 공판정의 공판절차에서 쌍방의 입증에 따라 그 존부가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 이전에는 누구도 미리 그 존부에 대한 예단이나 선입견을 가질 수 없음은 증거재판주의와 공판중심주의 원칙상 명백하다. 그런 필요성에 따라 우리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은, 공소장에는 법에서 허용된 사항들을 기재하는 외에 미리 범죄사실에 대한 예단을 줄 우려가 있는 일체의 물건이나 서류를 첨부하거나 내용을 인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여 공소장일본주의를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나. 공소장일본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 하나는 전과사실, 피고인의 악성, 경력, 소행, 여죄, 범죄성립과 직접불가분의 관계에 있지 아니한 동기 등 이른바 ‘기타 사실의 기재’를 하거나 관련된 물건·서류를 첨부·인용함으로써 예단을 갖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범죄구성요건을 이루는 요증사실에 대한 증거를 첨부하거나 증거의 내용을 인용하는 것이다.
먼저, 예단을 줄 수 있는 ‘기타 사실의 기재’나 첨부·인용을 금지하는 것은, 그 ‘기타 사실’ 자체는 범죄 구성요건 사실에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그 하나하나가 직접적인 증명의 대상이 되지 않아 공판과정에서 그 존부가 일일이 확인되지 않으면서도 피고인에게 불리한 예단을 형성시키는 작용을 할 뿐 아니라, 설령 그 존재가 증거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기타 사실’의 존재와 범죄사실의 존재 사이에 직접 관련이 없어 유죄 인정의 자료가 될 수 없는 것임에도, 실제로는 법관과 배심원에게 막연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켜 은연중에 유죄의 심증 형성에 가세하게 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심지어 증거조사 결과 ‘기타 사실’에 관하여는 아무런 증거가 없어 그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이미 그 기재 자체로서 공소장을 보는 순간 법관과 배심원에게 예단이 형성될 수 있고, 그렇게 형성되어 버린 예단이나 불리한 심증은 유무죄를 결정짓는 범죄사실 자체에 관한 증거판단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 단계에 가서 ‘기타 사실’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점이 밝혀진다 한들 이미 법관과 배심원에게 형성된 예단이 범죄사실 판단에 있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영향을 미쳐 버린 상황은 되돌릴 길이 없다. 그렇게 되면 증거로 뒷받침 되지도 않는 ‘기타 사실’의 일방적 기재 자체만으로도 유죄의 결론 쪽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 피고인으로서는 불공평한 재판을 받게 되고, ‘기타 사실’ 자체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하여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유죄판결의 범죄사실에서 그 기재를 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다음으로, 요증사실에 대한 증거의 첨부나 인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형사소송절차에서 범죄사실의 존부에 대한 판단은 공개된 공판정에서의 쌍방 입증과정을 통한 증거조사절차에 의하여 비로소 이루어져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당사자주의, 증거재판주의 원칙상 당연한 것으로서, 그러한 증거조사절차 이전에 검사의 일방적인 공소장 제출에 의하여 미리 증거물과 증거서류를 보게 하거나 그 인용된 내용을 인지하게 하는 것은 위 원칙들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형사소송법상 위법수집 증거에 대한 증거능력 배제나 전문증거의 증거능력 제한 등 여러 증거법 원칙상 증거능력이 확인되지 아니한 증거는 법관에게 제시되거나 그 내용을 보게 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야 하는 것인데( 형사소송규칙 제134조 제4항, 같은 이유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44조는 배심원 또는 예비배심원은 법원의 증거능력에 관한 재판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장차 증거조사 단계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어 증거조사에 들어가게 될지 여부조차도 확실하지 아니한 증거를 미리 공소장에 첨부하거나 내용을 인용하여 법관이나 배심원들로 하여금 보거나 듣게 하는 것은 증거조사절차를 통하지 아니한 심증형성을 허용하는 것으로서, 형사소송절차의 근간을 이루는 위 원칙들을 형해화하는 것이며 증거법 원칙과 증거재판주의 및 공판중심주의로 지탱되는 형사소송의 기본구조를 붕괴시키는 결과가 된다.
공소장에 첨부되거나 내용이 인용된 증거가 실제 증거조사과정에서는 아예 증거로 신청되지도 않거나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여 증거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경우에도 그것이 공소장에 첨부 또는 인용기재되어 법관과 배심원들이 보게 되는 순간 피고인에게 불리한 예단은 이미 형성될 수 있으므로 그것들이 나중에 증거로 조사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그 흠의 해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 경우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심증 형성에는 그 증거들이 예단으로 작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죄의 증거를 나열할 때에 이를 제외하는 것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 반면에 그 증거가 나중에 실제로 증거능력을 취득하여 증거조사를 마치게 됨으로써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증거조사 단계에 이르기 전의 공소제기 단계에서 이를 먼저 보게 됨으로써 생기는 예단 및 그로 인한 재판의 불공정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는 점은 뒤에서 다시 언급한다.
한마디로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는 ‘기타 사실의 기재’와 요증사실에 대한 증거의 첨부 또는 내용의 인용은 이를 첨부·기재하는 검찰에게는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유죄 예단의 형성이라는 효과를 안겨주는 반면에, 피고인은 재판의 첫 단계부터 시종 공정하지 못한 입장에서 재판을 받게 되고, 법원은 형사소송법상의 중요한 여러 원칙을 어기는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결과가 된다.
다. 공소장일본주의의 한계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은 우리 형사소송법에는 여러 사정상 상충되는 법원칙이 혼재하여 있게 마련이고, 당사자주의와 상호충돌 관계에 있는 직권주의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그 사이에 조화로운 해석의 필요가 있으며, 실체적 진실발견과 적법절차 보장이라는 또 다른 이념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공소장일본주의를 실제 적용함에는 구체적 기준의 설정이 필요하므로 그것이 절대적인 원칙이 될 수는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공소장일본주의는 공소사실에 유죄의 예단을 줄 수 있는 ‘기타 사실의 기재’나 물건·서류 등의 첨부·인용을 금지한다는 것으로서, 재판을 담당한 법관 또는 배심원들이 아무런 선입견 없는 백지 상태에서 재판에 임하게 함으로써 재판의 공정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공정한 재판이라는 것 그 자체가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고 적법절차의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것이며, 공소장일본주의는 바로 이러한 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원칙이다. 그리고 우리 형사소송법이 당사자주의의 기본구조에 직권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것도 실체적 진실발견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므로 직권주의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는 점이 공소장일본주의가 추구하고자 하는 재판의 공정과 상충되는 요인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공소장일본주의에 일정한 한계를 두어야 하는 근거로 될 수 없다. 설사 실체적 진실발견에 공소장일본주의가 다소 장애가 되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 쓸 수 없도록 증거능력을 제한함으로써 그 증거를 사용하여 얻을 수 있는 실체적 진실발견을 희생시켜 가면서도 피고인의 인권과 적법절차의 준수에 더 의미를 두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형사소송절차에는 실체적 진실발견보다 더 우선하는 가치를 가지는 원칙들이 있다. 공소장일본주의가 추구하는 재판의 공정이라는 가치 역시 실체적 진실발견보다는 더 우선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므로 재판의 공정과 관련된 공소장일본주의의 기능 발휘를 위해서는 실체적 진실발견의 요청은 일부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수의견은 또, 공소사실 특정의 필요성과 소송절차의 발전적·동적 성격, 소송경제의 이념 등을 고려하면 공판절차가 진행된 단계에서는 공소장일본주의는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판의 공정은 재판을 시작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보장되어야 하는 중요한 원칙이다. 일단 재판의 시작단계에서 공정성에 흠이 있는 상태로 재판이 출발하게 되면 그 이후의 모든 재판과정에 첫 단계의 불공정성이 영향을 미쳐 전체 재판과정에 심각한 흠이 내재하게 됨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재판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공소장일본주의는 공판절차가 어느 단계에 가 있든 항상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으로서, 그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 공판절차 진행에 따른 한계를 적용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은 공소장일본주의의 기본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공소장일본주의가 추구하는 재판의 공정 이념은 우선적 가치를 가진 근본이념으로서, 재판의 신속·경제 등 기능적인 면에서 추구되는 이념들과 같은 평면에 놓고 서로 타협·양보할 수 있는 그런 가치는 아니다. 재판의 신속·경제를 위해 재판의 공정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 그리고 다수의견이 설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명예훼손, 모욕, 협박 등과 같이 구체적인 표현 내용 자체를 인용하여야만 범죄의 성립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경우나 도면 등을 인용하여야만 특정이 가능한 공소사실의 경우에는 공소장일본주의의 예외로서 서류의 첨부나 인용 등이 허용된다고 할 것이나, 그 예외가 인정되는 범위는 그 인용이나 첨부가 아니면 공소사실의 특정이나 기재 자체가 어려운 부득이한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공소사실의 특정 등을 핑계 삼아 법관에게 예단을 줄 수 있는 서류나 물건의 첨부·인용을 함부로 허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뒤에서 보는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의 보충의견은, 우리 형사소송법과 규칙이 공소장에 구속관련 서류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구속영장 실질심사, 체포·구속의 적부심사, 보석 심리에 관여한 법관이 공판절차에서 배제될 것을 요구하지 않는 점,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절차, 공판절차 갱신 후의 절차, 파기환송·이송 후의 절차 등에서는 공판심리 전에 소송기록과 증거물이 법원에 제출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소장일본주의는 형사소송절차의 다른 이념들과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형사소송법령과 형사재판 실무의 변천과정을 되돌아보면, 위 보충의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규정들이나 실무 관행 중 일부 공소장일본주의와 맞지 않는 부분들은 공소장일본주의가 갖고 있는 의미와 가치가 충분히 인식되지 못한 상태에서 소송절차상 다른 필요를 염두에 두고 규정되거나 형성된 것들로서, 공소장일본주의를 적용함에 일정한 제한을 둘 것인지를 충분히 고려한 끝에 그러한 의도하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 보충의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은 공소장일본주의의 적용을 제한할 근거가 된다기보다는 오히려 국민의 재판참여제도가 시행되고 공판중심주의와 당사자주의가 더욱 강화된 지금에 와서는 공소장일본주의의 진정한 의미 실현에 장애가 되는 것들이어서, 장차 법령의 개정과 실무의 개선을 통하여 공소장일본주의를 더욱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다듬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된다.
결국, 다수의견이 내세우는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여 공소장일본주의에 일정한 한계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못하다.
라. 다수의견은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 때에는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것으로 보아 원칙적으로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바, 이에 대하여는 전적으로 의견을 같이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피고인 측으로부터 이의제기가 없고 법원이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대로 공판절차를 진행한 결과 증거조사절차가 마무리되어 법관의 심증형성이 이루어진 단계에서는 더 이상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주장하여 이미 진행된 소송절차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고 보는 데에는 찬성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이와 같이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을 다툴 수 있는 시기를 제한하는 입장을 취하는 근거로, 우리 형사소송법이 공판준비절차를 규정하여 공소제기 절차상의 하자 등을 점검하고 시정할 기회를 갖도록 하였으며, 공소장변경제도를 두어서 공소사실을 추가·철회·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하여 직권주의가 가미된 공판절차가 진행된 단계에서는 소송절차의 발전적·동적 성격과 소송경제의 이념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의 위와 같은 견해는 공소장일본주의의 의미와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소장일본주의는, 공개된 공판정에서 이루어지는 증거조사절차에서 엄격한 증거법칙에 따라 증거능력을 갖춘 증거들만에 의하여 법관의 심증형성을 하여야 하고 그 이외에는 일체 법관의 심증형성에 미리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되며, 공소장에 그와 같은 예단을 줄 우려가 있는 일체의 ‘기타 사실의 기재’나 물건·서류의 첨부 및 내용의 인용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반하여 공소장에 그러한 기재나 첨부가 되었을 때에는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치기 전에 법관에게 예단을 주어 미리 심증형성에 영향을 주게 되고, 이미 그와 같이 예단으로 공정성이 훼손된 상태에서 법관이 진행하는 이후의 모든 소송절차는 그 자체로서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내재되어, 나중에 증거조사절차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미 공정성이 훼손된 상태에서 진행된 그 사이의 모든 절차 및 그 절차에 따라 형성된 법관의 심증에 배어든 흠이 없어질 수는 없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일단 예단의 위험성에 노출된 법관이나 배심원들이 그 예단에서 벗어나서 그 이전의 백지상태로 돌아가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그와 같은 경우 이를 시정하는 길은 부득이 그 법관이나 배심원들을 그 사건에서 물러나게 한 다음 다른 법관이나 배심원들로 하여금 다시 재판하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여 일단 사건을 종결시킨 후 다시 제대로 된 공소장에 의하여 공판절차를 새로이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 주장과 같이, 공소기각 판결을 한다 하더라도 다시 정정된 공소장에 의하여 재판을 받게 될 것인데 이는 무용의 절차를 반복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의 이익에도 반하게 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예단의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진행된 재판과 그렇지 않은 백지 상태에서 진행된 재판은 공정성과 재판의 신뢰 면에서 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서, 설령 재판의 결과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더라도 이를 무용의 절차 반복이라 할 수는 없고, 공정한 재판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는 피고인의 입장을 고려해 보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하여 엄수되어야 할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음에도 재판의 결과에 영향이 없고 적법절차의 원칙을 준수한 재기소가 무용의 절차를 반복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잘못된 공소제기의 효력을 인정하게 된다면, 형사소추기관의 적법절차 원칙 위반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강요된 자백이나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고, 체포 당시 피의사실의 요지나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 등을 고지 받지 않으면 불법체포로 인정하며, 진술거부권의 고지를 받지 않은 채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등 모든 적법절차의 원칙에서 이미 일반적인 법리로 확인한 바 있듯이, 적법절차의 원칙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은 그 위반의 효력을 전면 부정하는 것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한, 피고인이 범죄를 모두 인정하는 경우나 법원이 무죄의 심증을 굳힌 경우에도 예외 없이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여 재차 재판절차에 응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심히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으나,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였다가 다시 번복하여 무죄를 적극 다투는 경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