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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인도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및 ‘임무위배행위’의 의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19-03-08 15:42 조회 : 1,141회 좋아요 : 30건

본문

【건물인도 - 판시사항】


[1]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및 ‘임무위배행위’의 의미



[2] 배임죄에서 ‘재산상의 손해’의 의미와 판단 기준(=경제적 관점) 및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의 의미 / 유치권자로부터 점유를 위탁받아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가 부동산의 소유자로부터 인도소송을 당하여 재판상 자백을 한 경우, 재판상 자백이 손해 발생의 구체적·현실적인 위험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는지 판단하는 기준



【건물인도 - 판결요지】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므로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어야 하고, 임무위배행위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맺은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2] 배임죄에서 재산상의 손해에는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않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 그런데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란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할 막연한 위험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아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과 같은 정도로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은 구체적·현실적인 위험이 야기된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단지 막연한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유치권자로부터 점유를 위탁받아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가 부동산의 소유자로부터 인도소송을 당하여 재판상 자백을 한 경우, 그러한 재판상 자백이 손해 발생의 구체적·현실적인 위험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재판상 자백이 인도소송 및 유치권의 존속·성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소유자가 재판상 자백에 의한 판결에 기초하여 유치권자 등을 상대로 인도집행을 할 수 있는지, 유치권자가 그 집행을 배제할 방법이 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건물인도 -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2항





【건물인도 -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건물인도 -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한다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어야 하고(대법원 2016. 4. 29. 선고 2015도5665 판결 등 참조), 임무위배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맺은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4도17180 판결 등 참조).

한편 재산상의 손해에는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않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 그런데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란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할 막연한 위험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아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과 같은 정도로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은 구체적·현실적인 위험이 야기된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단지 막연한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674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유치권자로부터 점유를 위탁받아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가 부동산의 소유자로부터 인도소송을 당하여 재판상 자백을 한 경우, 그러한 재판상 자백이 손해 발생의 구체적·현실적인 위험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재판상 자백이 인도소송 및 유치권의 존속·성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소유자가 재판상 자백에 의한 판결에 기초하여 유치권자 등을 상대로 인도집행을 할 수 있는지, 유치권자가 그 집행을 배제할 방법이 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유치권자인 피해자들로부터 유치물인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점유를 위탁받았으므로 이후 점유위탁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잔존사무 처리자로서 이 사건 아파트의 매수인 공소외 1이 제기한 인도 소송에서 유치권이 소멸되지 않도록 대응하여야 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그 임무에 위배하여 위 소송에서 공소외 1의 주장을 모두 인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재판상 자백을 함으로써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점유를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들로 하여금 유치권을 상실할 위험을 초래하여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3.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점유위탁계약이 종료되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위 소송에 응소할 사무를 처리하여야 할 신임관계가 여전히 존속한다고 보아 피고인이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위 소송에 관하여 피해자들에게 응소 여부를 결정하게 하거나 스스로 응소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재판상 자백을 하여 패소확정판결을 받은 이상, 이는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신임관계를 저버린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4.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은 2009. 8. 24.경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유치권을 주장하는 피해자들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의 점유·관리를 위탁받아, 그 무렵부터 약혼자와 함께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였다.

② 경매절차를 통해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한 공소외 1은 2009. 9. 11. 피고인과 약혼자를 상대로 점유이전금지가처분결정을 받아 그 무렵 집행을 마쳤다. 그리고 공소외 1은 2009. 10. 19.경 피고인을 상대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건물인도 등의 소를 제기하였다.

③ 피해자 공소외 2 등은 2009. 10.경 이 사건 아파트에서 사실상 피고인을 퇴거시킨 후 다른 사람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점유·관리를 위탁하였고, 2010. 3. 25.경 피고인에게 유치물위탁계약 해지통지를 하였다.

④ 피고인은 2010. 2. 11. 및 2010. 3. 30.경 위 건물인도 소송의 제1심 법원에 청구를 인낙하는 취지의 서면을 각 제출하였으나, 이 사건 아파트를 점유·관리하고 있는 공소외 3이 소송수계 신청을 하여 유치권자로부터 점유·관리를 위탁받은 사정을 항변하였고, 2011. 5. 25. 공소외 1의 건물인도 청구 부분을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한편 피고인이 위와 같이 청구인낙 취지의 서면을 제출한 행위에 대하여는 배임미수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⑤ 그런데 위 건물인도 사건의 항소심 법원은 2012. 2. 3. ‘이 사건 아파트를 점유할 사무를 위임받은 자에 불과한 공소외 3의 소송수계 신청은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위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1심 법원으로 환송하였다.

⑥ 피고인은 2012. 6. 14. 환송 후 제1심의 변론기일에 출석하여 ‘인도청구 부분은 인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는 재판상 자백으로 인정되어 공소외 1의 건물인도 청구 부분을 인용하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⑦ 공소외 1이 위 확정판결에 기하여 공소외 2 등을 상대로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자, 공소외 2 등은 2012. 12.경 공소외 1을 상대로 승계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하였고, ‘공소외 2 등이 피고인의 승계인에 해당하지 않아 승계집행문 부여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⑧ 한편 공소외 1은 2013. 8. 29. 피해자들 등을 상대로 유치권부존재확인 등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피해자들 등에게 유치권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 및 기록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재판상 자백을 할 당시 피해자들과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유치권자로부터 위탁받은 점유임을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않은 것이 신임관계를 저버린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① 피고인은 2009. 10.경 피해자 공소외 2 등에 의해 이 사건 아파트에서 퇴거당한 후, 2010. 3. 25.경 유치물위탁계약 해지통지를 받았다. 따라서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의 계약에 따른 신임관계는 그 무렵 종료되었다.

② 피고인이 이 사건 재판상 자백을 한 시점은 위와 같이 계약에 의한 신임관계가 종료된 지 2년이 훨씬 지난 때였다. 게다가 피고인은 이미 환송 전 제1심에서 청구인낙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피해자들 역시 피고인을 소송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공소외 3에게 소송수계를 하도록 한 바 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양자 간에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따른 신임관계가 남아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③ 한편 기록에 의하면 환송 전 제1심에서는 피해자들이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주거나 소송수계 등을 시도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오히려 환송 후 제1심에서는 피해자들이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주거나 보조참가를 시도하는 등의 별다른 조치를 취한 바도 없다.

④ 피고인은 공소외 1에 의해 소송당사자로 지목되어 피고의 지위에 있을 뿐, 약 두 달 남짓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다가 점유를 상실하고 점유위탁계약을 해지당하여 위 민사소송에서 별다른 법률상 이해관계가 없었다. 그리고 피고인은 실제 피해자들에게 유치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알 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피고인에게 위 민사소송에 적극적으로 응소하여 유치권자로부터 점유를 위탁받은 것이라는 항변을 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⑤ 또한 피해자들은 이미 피고인이 위 민사소송에서 청구인낙의 의사표시를 하였던 사정이나 제1심판결이 파기환송된 경과 등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이 환송 후 제1심에서 그러한 피해자들에게 연락하여 응소 여부를 결정하게 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다. 한편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의 재판상 자백이 피해자들에게 점유 상실 내지 유치권 상실이라는 손해 발생의 구체적·현실적인 위험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① 피고인은 재판상 자백을 할 당시 이미 점유를 상실한 상태였고, 유치권자인 피해자들은 피고인 아닌 제3자를 통하여 이 사건 아파트를 점유하고 있었다. 피고인의 재판상 자백은 공소외 1의 소유권 및 피고인이 점유이전금지가처분결정 당시 이 사건 아파트를 점유한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는 내용일 뿐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재판상 자백이 피해자들의 유치권 성립·존속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

② 공소외 1이 위 민사소송에서 부동산의 인도를 명하는 판결을 선고받아 이에 기초하여 인도집행을 실시하고자 하더라도, 이미 점유를 상실한 피고인이나 그 승계인이 아닌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집행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③ 공소외 1이 부동산의 인도를 명하는 판결에 기초하여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아 현재의 점유자를 상대로 인도집행을 실시하더라도, 피해자들은 유치권에 기한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그 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임무위배행위, 재산상의 손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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