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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

이태원 살인사건 상고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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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3-13 13:36 조회2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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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이른바 ‘이태원 살인사건’)
[대법원 2017.1.25, 선고, 2016도15526, 판결]

【판시사항】
[1] 형사소송절차에서 두 죄 사이에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피고인이 ‘1997. 4. 3. 21:50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피해자 甲을 칼로 찔러 乙과 공모하여 甲을 살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는데, 선행사건에서 ‘1997. 2. 초순부터 1997. 4. 3. 22:00경까지 정당한 이유 없이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위험한 물건인 휴대용 칼을 소지하였고, 1997. 4. 3. 23:00경 乙이 범행 후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 버린 칼을 집어 들고 나와 용산 미8군영 내 하수구에 버려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였다’는 내용의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된 사안에서, 살인죄의 공소사실과 선행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된 증거인멸죄 등의 범죄사실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없다고 한 사례
[3]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및 법관이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4] 피고인이 ‘1997. 4. 3. 21:50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피해자 甲을 칼로 찔러 乙과 공모하여 甲을 살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과 乙은 서로 상대방이 甲을 칼로 찔렀고 자신은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甲을 칼로 찔러 살해하였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사소송절차에서 두 죄 사이에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있는지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는 순수한 사실관계의 동일성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 없고, 피고인의 행위와 자연적·사회적 사실관계 이외에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여 기본적 사실관계가 실질적으로 동일한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2] 피고인이 ‘1997. 4. 3. 21:50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피해자 甲을 칼로 찔러 乙과 공모하여 甲을 살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는데, 선행사건에서 ‘1997. 2. 초순부터 1997. 4. 3. 22:00경까지 정당한 이유 없이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위험한 물건인 휴대용 칼을 소지하였고, 1997. 4. 3. 23:00경 乙이 범행 후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 버린 칼을 집어 들고 나와 용산 미8군영 내 하수구에 버려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였다’는 내용의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된 사안에서, 살인죄의 공소사실과 선행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우범자)죄와 증거인멸죄(이하 ‘증거인멸죄 등’이라고 한다)는 범행의 일시, 장소와 행위 태양이 서로 다르고, 살인죄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우범자)죄나 증거인멸죄와는 보호법익이 서로 다르며 죄질에서도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 살인죄의 공소사실과 증거인멸죄 등의 범죄사실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없다고 한 사례.
[3]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란 모든 의문이나 불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법칙에 기하여 증명이 필요한 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문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관은 반드시 직접증거로만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고, 직접증거와 간접증거를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4] 피고인이 ‘1997. 4. 3. 21:50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피해자 甲을 칼로 찔러 乙과 공모하여 甲을 살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甲은 피고인과 乙만 있던 화장실에서 칼에 찔려 사망하였고, 피고인과 乙은 서로 상대방이 甲을 칼로 찔렀고 자신은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범행 현장에 남아 있던 혈흔 등에 비추어 乙의 주장에는 특별한 모순이 발견되지 않은 반면 피고인의 주장에는 쉽사리 해소하기 힘든 논리적 모순이 발생하는 점, 범행 이후의 정황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 역시 피고인이 甲을 칼로 찌르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乙의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甲을 칼로 찔러 살해하였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에 제출된 변호인의 추가상고이유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1항은 “시효는 공소의 제기로 진행이 정지되고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피고인의 신병이 확보되기 전에 공소가 제기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공소제기가 부적법한 것이 아니고, 공소가 제기되면 위 규정에 따라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
제1심은 이 사건 공소시효가 완성되기 전인 2011. 12. 22.에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됨으로써 시효의 진행이 정지되었다고 판단하였고, 원심은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하여 이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의 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를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소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공소권 남용 여부
기록에 의하면, 검사는 1997. 4. 26.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공소외 1을 ‘살인’으로, 피고인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우범자)과 증거인멸’(이하 이 둘을 합하여 ‘증거인멸죄 등’이라고 한다)로 기소하였음을 알 수 있다(이를 ‘선행사건’이라고 한다). 선행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되었으나(서울고등법원 1998. 1. 26. 선고 97노2396 판결), 공소외 1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되었다(대법원 1998. 4. 24. 선고 98도421 판결).
제1심은, 선행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다수의 증거가 수집되어 있었고, 선행사건에서 공소외 1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다음 보강 수사를 하여 새로운 증거가 추가로 수집된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공소권을 남용하여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원심도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하여 이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의 판단은 공소권 남용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확정판결의 효력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미치는지 여부
형사소송절차에서 두 죄 사이에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있는지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는 순수한 사실관계의 동일성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 없고, 피고인의 행위와 자연적·사회적 사실관계 이외에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여 기본적 사실관계가 실질적으로 동일한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5도967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 살인죄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97. 4. 3. 21:50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 햄버거 가게 화장실(이하 ‘○○○ 화장실’이라고 한다)에서 피해자를 칼로 찔러 공소외 1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라는 것이다. 선행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로 확정된 ‘증거인멸죄 등’의 범죄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97. 2. 초순부터 1997. 4. 3. 22:00경까지 정당한 이유 없이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위험한 물건인 휴대용 칼을 소지하였고, 1997. 4. 3. 23:00경 공소외 1이 범행 후 ○○○ 화장실에 버린 칼을 집어 들고 나와 용산 미8군영 내 하수구에 버려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였다.”라는 것이다.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 살인죄와 선행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된 증거인멸죄 등은 범행의 일시, 장소와 행위 태양이 서로 다르고, 살인죄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우범자)죄나 증거인멸죄와는 보호법익이 서로 다르며 죄질에서도 현저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살인죄의 공소사실과 증거인멸죄 등의 범죄사실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증거인멸죄 등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살인죄의 공소사실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조치는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확정판결의 기판력이나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중대한 사실오인이 있는지 여부
가.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란 모든 의문이나 불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법칙에 기하여 증명이 필요한 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문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172 판결 등 참조). 법관은 반드시 직접증거로만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고, 직접증거와 간접증거를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나.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러 살해하였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판단하였다.
(1) 피해자는 피고인과 공소외 1만 있던 ○○○ 화장실에서 칼에 찔려 사망하였는데, 피고인과 공소외 1은 서로 상대방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고 자신은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피고인은 범행 당시의 상황에 관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1을 따라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기 오른쪽 부분과 왼쪽 벽 사이에 기대 서 있었는데, 공소외 1이 소변을 보고 있던 피해자의 오른쪽 목 부위를 칼로 찔렀다. 피해자가 왼손으로 상처 부위를 감싸며 돌아서자, 공소외 1은 피해자의 가슴과 왼쪽 목 부위를 찌른 후 칼을 바닥에 버리고 화장실을 나갔다. 이후 피해자가 피고인 쪽으로 다가와, 피고인은 세면대 오른쪽 부분에 등을 기댄 채 두 손으로 피해자를 밀친 다음 바닥에 떨어진 칼을 들고 화장실을 나왔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공소외 1은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으면서 거울을 보았는데, 피고인이 갑자기 피해자의 오른쪽 목을 칼로 찔렀다. 공소외 1이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보니, 피해자가 돌아서서 피고인을 때리려는 순간 피고인이 이를 피하면서 피해자의 몸과 왼쪽 목 부위를 계속 찔렀다. 이후 피고인이 공소외 1을 밀치면서 화장실을 빠져나갔고, 피해자가 구석에 쓰러질 때 공소외 1도 화장실을 나왔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2) 그런데 범행 현장에 남아 있는 혈흔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의 주장은 특별한 모순이 발견되지 않으나, 피고인의 주장은 아래와 같이 쉽사리 해소하기 힘든 논리적 모순이 발생한다.
(가) 세면대의 오른쪽 윗부분과 안쪽 부분에 묻어 있는 피의 양이나 그 흔적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칼에 찔린 후 화장실 왼쪽 구석으로 쓰러지기 전에 세면대 오른쪽 부분을 짚고 있는 상태에서 피를 흘린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의 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세면대 오른쪽과 벽 사이에 서서 범행을 목격하다가 피고인 쪽으로 다가오는 피해자를 세면대 오른쪽에 기대어 밀쳐 낸 것이라면, 세면대 오른쪽 윗부분과 안쪽 부분에 그와 같이 많은 양의 피가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나) 또한 피고인의 진술과 같이 범행 당시 피고인이 세면대 오른쪽과 벽 사이에 서 있었다면, 피고인의 몸에 가려 피가 묻지 않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도, 실제로는 왼쪽 소변기부터 세면대까지 이르는 벽에 빈 부분이 없이 핏자국이 죽 이어져 있다.
(다) 피고인의 진술과 범행 현장의 혈흔 사이에 모순이 없으려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밀치고 그 자리를 떠난 뒤 피해자가 다시 세면대 쪽으로 다가와 세면대를 짚었어야 했을 것이다. 당시 피해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14%에 이를 정도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급소를 9차례나 칼에 찔려 다량의 출혈이 있었는데, 피고인이 피해자를 밀친 후에 피해자가 다시 몸을 일으켜 세면대까지 올 수 있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3) 범행 이후의 정황에 나타난 아래 사정들 역시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공소외 1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가) 피고인은 양손과 머리, 상의, 하의 등 온몸에 피해자의 피가 많이 묻었던 반면, 공소외 1은 상의 이외에는 피해자의 피가 묻지 않았다. 피고인은 자신 쪽으로 다가온 피해자를 밀치는 과정에서 피가 많이 묻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위에서 보았듯이 범행 현장에 남은 혈흔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위와 같은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피고인은 ○○○ 화장실에서 나와 곧바로 4층 △△△△△ 화장실로 올라가서 머리와 얼굴, 양손에 묻은 피를 씻고, 피가 묻은 셔츠를 갈아입고 모자까지 빌려 쓴 다음 건물 밖으로 나왔으며,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이러한 행동은 직전에 칼로 피해자를 9차례나 찔러 살해한 사람이라면 취했을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공소외 1은 자신의 상의에 묻은 피해자의 피를 닦으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공소외 2 등에게 범행을 자랑하면서 상의를 보여주었으며, 자신의 말을 들은 공소외 2가 범행 장소인 1층 ○○○ 화장실로 내려가 피해자를 확인하고 다시 4층 △△△△△로 올라와 추궁할 때까지 건물에서 나가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는데, 이러한 행동은 직전에 칼로 피해자를 9차례나 찔러 살해한 사람의 태도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다) 피고인은 공소외 3이 피고인의 피 묻은 셔츠를 불태우는 것을 내버려 두었고, 범행 도구인 칼을 하수구 도랑에 버리는 등 범인이 범행 후 증거를 인멸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을 하였다.
반면 공소외 1은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 공소외 4를 만나러 갔고, 이후 집으로 가서 옷을 벗어두어 어머니가 세탁하도록 한 것 외에는 범행 후 증거인멸로 평가할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라) 피고인은 △△△△△에서 여자 친구인 공소외 5에게 같이 가자고 하였다가 피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였는데도 자신의 무고함을 설명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함께 있던 친구들에게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려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여자 친구인 공소외 5나 가장 친한 친구인 공소외 3으로부터 질문을 받고서도 공소외 1이 범인이라는 변명을 하지 않았다. 피해자를 칼로 찌른 사람이 공소외 1이라면, 현장에 같이 있던 피고인으로서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피고인이 그와 같은 태도를 취하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반면 공소외 1은 △△△△△에서 범행 현장을 확인하고 이를 추궁하는 공소외 2에게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범행을 부인하였고, 곧바로 공소외 4에게 가서 피고인이 칼로 찔렀다고 말하였다.
(4) 한편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피고인의 진술에 대하여는 거짓으로 진단할 수 있는 특이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반면, 공소외 1의 진술에 대하여는 거짓으로 진단할 수 있는 현저한 반응이 나타났다. 그러나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항상 진실에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검사를 받는 사람의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정황증거로서 기능을 하는 데 그치므로, 그와 같은 검사결과만으로 범행 당시의 상황이나 범행 이후 정황에 부합하는 공소외 1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다.
 
다.  위에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 위배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5.  양형부당 여부
가.  제1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을 선택하고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형을 완화하여 징역 20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원심은 비록 피고인이 범행 당시 만 18세 미만의 소년이었고, 공소외 1이 부추겨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과거 증거인멸죄 등으로 1년 이상 복역하고 미국으로부터 송환되는 과정에서 4년 이상 구금되어 있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유를 고려하여 제1심의 양형이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피해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을 젊은 나이에 잃게 되었고, 피해자의 가족은 크나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오늘날까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고통 속에 지내왔을 것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피고인은 전혀 알지 못하는 피해자를 아무런 이유 없이 참혹하게 살해하였다. 피고인은 범행을 자백하고 피해자 가족의 용서를 구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범행의 책임을 공소외 1에게 떠넘기려는 행태를 보이면서 자신의 억울함만을 강변하는 태도를 고집하고 있다. 피고인이 범행 이후 지금까지 피해자와 유족들이 입은 피해를 조금이라도 회복시키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한 적이 없다.
 
나.  기록과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의 나이,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원심이 제1심의 양형판단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형법 제51조를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도 이유 없다.
 
6.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어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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