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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2세들의 일탈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18-03-28 11:12 조회 : 4,619회 좋아요 : 3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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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한학자씨와 아들 국진·형진씨간 갈등서 원인 찾기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신도들에게 2월21일은 각별한 날이다. 창시자인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탄신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문 총재 탄신 100주년을 2년여 앞두고 있는 만큼 2주 동안 30여 개 행사가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2월21일에는 경기도 가평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대규모 기념행사를 가졌다. 아울러 세계국회의원연합 국제 컨퍼런스와 국제지도자회의 등 ‘매머드급’ 국제행사 역시 기념일 전후로 진행됐다.

비슷한 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파운랜드에서는 500명의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문선명 총재의 4남 국진씨와 7남 형진씨가 이 결혼식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진씨와 형진씨는 최근 통일교에서 독립해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국진씨는 미국에서 총기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형진씨는 독립교회인 ‘생추어리 교회’를 뉴파운랜드에 설립해 운영 중이다. 문제는 결혼식 참석자들에게 소총을 휴대하게 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결혼식에 참여한 500쌍에게 총알로 만든 왕관을 씌우고, AR-15 소총을 든 채 결혼서약을 하게 했다. 사회자는 물론이고, 들러리들도 모두 총기를 들었다.



통일교 2세들은 최근 미국에서 총기를 휴대한 채 합동결혼식을 진행해 논란을 빚었다. © 문형진 페이스북


통일교 2세들 총기 결혼식 파문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문제의 총기는 AR-15라는 모델명을 가진 반자동 소총이다. 불과 2주 전 플로리다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사용된 무기와 동일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높아진 상황에서, 총기를 든 합동결혼식이 열리자 반대 시위가 잇따랐다. 인근 초등학교의 경우 결혼식 당일 휴교령을 내릴 정도였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통일교의 합동결혼식은 단순한 결혼식이 아니다. 축복결혼식을 통해 가족이 됨으로써 모든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창시자의 신념이 녹아 있다”며 “성스러워야 할 이 결혼식에 총기를 휴대하게 했기 때문에 미국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논란이 인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통일교 2세들은 행사를 강행했다. 합동결혼식에 사용된 총기가 성경에 나오는 철장(쇠막대기)이라는 게 생추어리 교회 측 논리였다. 이 교회 관계자는 “요한계시록에 철장이 나오는데, 이 철장을 총으로 보고 있다”며 “문 총재도 과거 통일중공업을 운영하며 총기를 만들었고, 2006년에는 평화유지군과 평화경찰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형진씨는 한 술 더 떴다. “플로리다 고등학교의 교사가 총기로 무장했다면 17명의 희생자를 낸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7남 문형진씨의 설교 동영상이나 페이스북을 보면 총기 관련 동영상이나 사진이 자주 등장한다. 고 문선명 총재의 젊을 시절 사진을 배경으로 4남과 7남 부부나 가족, 신도들이 총을 들고 찍은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심지어 이들은 고 문선명 총재의 사진에다 총기를 합성한 사진을 올려놓기도 했다. 교회 신도들로 보이는 여성들이 단체로 총기를 들고 찍은 연출 사진도 눈에 띄었다. 형진씨는 설교 동영상에서 “총기를 소유할 수 없는 나라는 종의 나라다”며 “이런 사진을 더 멋있게, 더 전문적으로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 사진관을 조만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통일교는 생추어리 교회와 선긋기에 나섰다. 통일교는 3월3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생추어리 교회가 개최한 합동결혼식은 문 총재 부부가 지금까지 주관한 축복결혼식과는 다르다. 합동결혼식에 참여한 사람들이 총기를 소지했다는 것부터가 본 연합(통일교)의 축복결혼 전통과 배치된다”며 “통일교 핵심교리 서적인 《원리강론》에는 이 철장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설명돼 있다. 생추어리 교회가 이 철장을 확대 해석해 총으로 표현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생추어리 교회를 운영하는 형진씨는 최근 문선명 총재와 강아무개씨(가운데)의 영혼결혼식을 올려 통일교 내부에 충격을 던졌다. © 사진=EPA연합


통일교 측 “합동결혼식은 축복결혼과 배치”

주목되는 사실은 형진씨와 국진씨가 한때 통일교 권력 구도의 정점에 섰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문선명 총재는 2009년과 2010년 형들을 제치고 7남인 문형진씨를 상속자이자 대신자로 지목했다. 형진씨는 통일교 세계회장과 한국총회장을 맡으면서 사실상 종교 부문을 총괄했다. 통일교 본부교회인 용산 ‘천복궁’의 일요일 예배 역시 형진씨가 주관했다. 통일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천복궁은 유력 통일교 인사들이 주말마다 예배를 보는 곳으로 종교적 성지와도 같다”며 “형진씨는 2012년 9월 미국총회장에 임명될 때까지 천복궁 당회장으로 일요일 예배를 집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4남인 국진씨의 경우 2005년부터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통일재단) 이사장 겸 통일그룹 회장을 맡았다. 통일재단은 통일교의 재정적인 부분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재단 산하에 통일그룹이 있는데 용평리조트·일신석재·일화·선원건설·세계일보 등 1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사실상 통일교의 경제권을 국진씨에게 넘긴 것이다. 국진씨는 과거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통일교를 지원하는 것이 통일재단의 사명”이라며 “종교와 경영을 구분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통일그룹은 그냥 수익을 추구하고 재단은 통일그룹의 주식을 가지고 있으니까 배당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2012년 9월 문 총재 타계 직후 나란히 공직에서 물러났다. 먼저 형진씨가 미국총회장을 새로 맡으며 미국으로 떠났다. 문 총재 차녀의 불륜과 혼외 출산 소식이 미국의 한 통일교 전문 사이트에 폭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을 때였다. 이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형진씨를 미국으로 급파했다는 게 그동안 통일교 주변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형진씨가 어머니인 한학자 총재에 의해 축출됐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 이상열 생추어리 교회 한국회장은 3월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문 총재 성화 전후로 한 총재가 통일교 신앙의 근본을 흔들려 했다. 형진님이 어머니에게 충언을 했다가 미국으로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문 총재 타계 직후 한 총재는 통일교의 경전 변경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한 총재 중심의 새로운 통일교를 만들려 했고, 형진씨가 이를 제지하려다가 축출당했다는 것이다.

국진씨 역시 마찬가지다. 이듬해 3월 국진씨가 통일재단 이사장직에서 해임된 데 이어, 통일그룹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여의도 파크원 사업에 대한 소송 패소로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힌 점과 3남과의 갈등 등이 해임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내면에는 어머니와의 갈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국진씨는 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나라는 한 총재의 지시를 받자 이사회를 소집했고, 이사회에서 해임 건이 승인되자 미련 없이 미국으로 건너갔다. 선문대 교수 출신인 김종석 한국메시아운동사연구소장은 “해고 통보를 받은 국진씨는 곧바로 재단 주요 관계자들을 소집해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어머니에 대한 많은 불만을 토로했다는 얘기를 내부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형진씨 부부가 지난해 9월 생모인 한학자 총재를 배제하고, 아버지인 고 문선명 총재와 강아무개씨의 영혼결혼식을 진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강씨는 통일교 1호 전도사로 알려졌다. 경상북도 영주 출생으로 1952년 통일교에 입교해 전도사와 순회사로 65년간 활동했다. 하지만 2016년 12월 통일교에 탈퇴서를 제출하고 미국 생추어리 교회로 넘어갔다. 그리고 9개월 만에 문국진·형진 형제의 새로운 어머니로 등장한 것이다. 형진씨는 “이제부터 강OO님이 천주적 차원에서 승리하신 참어머님이 되셨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합동결혼식 때도 강씨는 가장 상석에 자리를 잡았다. 형진씨 부부가 도금된 소총을 강씨에게 바치는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형제간의 법정 다툼으로 신음하던 통일교 갈등이 문 총재 타계 후 모자간 갈등으로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특히 한 총재는 과거 문 총재를 설득해 형진씨가 교권을 잡도록 도왔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한 총재에 대한 통일교 안팎의 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문 총재 타계 후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어머니의 리더십’으로 빠르게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륙별 국회의원 조직인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과 세계적 종교인들의 모임인 세계평화종교인연합 창설을 주도하는 등 외부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 © 사진=통일교 제공


잇단 내홍에 한 총재 리더십도 ‘흔들’

기자가 최근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열린 ‘2018 아프리카 서밋’ 현장에서 한 총재를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서밋 현장에는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을 포함해 아프리카 전·현직 대통령과 종교 지도자, 부족장 등 1200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총재는 “아프리카의 아픈 과거를 청산하고 하늘섭리의 중심에 서서 새 역사를 출발하는 아프리카 대륙이 돼야 한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잇단 내부 분쟁으로 이런 리더십 역시 생채기가 나게 됐다고 통일교 안팎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통일교 측은 “이 사건의 본질은 ‘모자간 갈등이 아니라 2세들의 일방적인 일탈’이다. 형진님의 주장 또한 일방적인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통일교 관계자는 “8대 경전 중 하나인 《원리강론》에는 책임분담론이 언급돼 있다. 문선명·한학자 총재의 자녀들 역시 이 책임분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2세들이 자신의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해임된 것이지, 내부적인 암투 과정에서 축출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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